
이혁진 지음 l 민음사 l 1만4000원 <누운 배>로 2016년 제21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작가 이혁진(사진)이 세 번째 장편 <관리자들>을 내놓았다. 겨울 국도 옆 하수관 건설 공사장을 무대로 삼아, 전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부조리한 현실과 그 현실에 대응하는 인물들의 윤리적 딜레마를 다룬 작품이다. 소설 들머리는 주인공인 현경이 모는 굴착기가 공사 현장 식당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이다. 식당 안에서는 건설사 현장소장과 작업 인부들이 떠들썩하게 회식을 하고 있는데, 현경의 굴착기는 왜 그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일까. 소설은 인상적인 첫 장면이 빚어지기까지 저간의 사정을 되짚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회식의 배경으로 “죽은 선길의 건”이 언급되거니와, 선길이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이 소설의 핵심을 이룬다. 20년 간 기업 회계 담당으로 일하다 그만둔 선길은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한편 생계 방편으로 노동 현장을 택했다. 일손이 서투르기만 한 그는 소장의 지시로 있지도 않은 멧돼지를 감시하는 야간 업무에 배치되었다가 공사 현장으로 복귀하지만,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안전수칙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사고 당시 다수의 인부들이 현장에서 술판을 벌였음에도 선길 자신은 그에 끼지 않고 묵묵히 제 일을 하던 중이었는데, 소장은 거꾸로 선길만이 술을 마시고 일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상황을 조작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