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머리 아프고 토 나오는 뉴스가 연일 쏟아집니다. 분노와 짜증이 솟구치고 나면 허탈과 절망만 너저분하게 남습니다. 웃기긴 한데 비웃음이나 쓴웃음이나 헛웃음 아니면 자조밖에 안 됩니다. 정치의 계절이 활짝 피어나는데 정치는 실종되고 정책도 사라진 더러운 싸움의 희비극만 찬란하게 펼쳐지니, 2021년 대한민국을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요?
책 기자인 게 다행이다, 하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좀 얄미운 소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장동이니 점쟁이니 항문침이니, 입에 담기도 지긋지긋한 이야기들로부터 조금이나마 거리를 둘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현안을 외면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안을 바라보면 더 큰 그림이 보이기도 하고 못 보던 것을 포착할 수도 있습니다.
책 읽기는 거리 두기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일입니다. 의도적인 행위이기도 하거니와 좋은 책이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현실과 유리되는 데까지 가선 안 되겠죠. 책이 잡아끌고 들어가는 사유의 세계와 눈앞 현실을 부단히 오가는 정신작용이기도 합니다.
이번주엔 과학자의 과학하기에 내 삶의 태도를 비춰보게 되었습니다. 과학하기뿐 아니라 살아가기 역시 성장의 과정에 뜻을 둬야 할 것입니다. 조선소 노동자를 그린 소설에서는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언론이 담아내지 못하는/않는 지옥도를 치열하게 그려낸 작가적 자세는 문학이 왜 있어야 하는가를 웅변하고 있었습니다. 희열과 비애를 넘나들며 책을 붙들고, 밑줄을 치고, 메모를 해가는 동안 잠은 달아나고 가을밤은 더욱 길어져가고 있었습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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