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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복지이용권 하면 쉬운데 왜 공공문서에 바우처라고 쓰나요”

등록 2021-10-14 20:18수정 2021-10-15 02:32

공직자 말하기·글쓰기 주제로
박창식 국방홍보원장 책 출간
박창식 국방홍보원장.
박창식 국방홍보원장.

최근 ‘공직자를 위한 말하기와 글쓰기’라는 부제가 달린 <일 잘하는 공무원은 문장부터 다릅니다>(한겨레출판)를 출간한 박창식 국방홍보원장에게 왜 공직자의 말하기와 글쓰기가 중요하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국민을 위한 공직자의 책무인 공공 서비스 내용을 쉽고 명료하게 알리기 위해서죠. 공직자가 공공 서비스를 제대로 하려면 말과 글을 쉽고 정확하게 쓰는 게 첫 번째입니다.”

지난 10일 전자우편으로 만난 박 원장은 공직자의 말과 글이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예로 어려운 전문용어와 외래어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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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를 위한 말하기와 글쓰기> 표지.

“정부나 공공기관이 정책, 제도, 안내문 따위에 쓰는 언어가 공공언어인데요. 어려운 말을 써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가령 코로나 19 국면에서 ‘코호트 격리’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요. 감염 질환을 막으려고 감염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통째로 봉쇄할 때 쓴 말이죠. 코호트 격리 말고 ‘동일 집단 격리 ’라고 하면 더 쉽게 이해하지 않았을까요.”

그는 사회복지 분야에 특히 어려운 공공언어가 많다고 지적했다. “복지 이용권이라고 해도 될 텐데 바우처라고 해요. 차상위계층, 클라이언트, 데이 케어, 시니어 클럽, 푸드 뱅크 사업, 그룹홈 등등 셀 수 없어요. 고령자와 저소득자, 저학력자가 많은 복지 서비스 대상자들은 이 때문에 더 힘들고 혼란스럽죠. 정부 담당자들은 국립국어원 같은 전문기관 도움을 받아 어려운 용어부터 당장 바꿔야 합니다.”

작년 초 공직자로 변신하기 전까지 박 원장은 기자였다. 30년 가까이 언론인으로 일했고 언론학 박사 학위도 따 한국소통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그가 보기에 한국 공직자들은 토론과 글쓰기에 특히 취약하다.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나의 의견과 상황도 설명하는 토의 문화가 특히 취약해요. 자기 말만 일방적으로 한다면 조직 내부 소통도 어렵고 민원인과 원활하게 대화하기도 어렵죠.” 공직자가 글을 잘 쓰지 못하는 데는 글을 쓸 기회가 부족한 탓도 있단다. “공직자의 정책 철학을 존중하는 문화가 사회에 확립되어 있지 않다 보니, 공직자들이 움추르게 되면서 되도록 글을 쓰지 않으려 했죠. 글을 쓰지 않으니 더욱 못 쓰게 되었고요.” 그는 “공직자들이 문장을 갖춰 쓰지 않고 핵심 요소 위주로 나열하는 ‘개조식 보고서’는 대체로 잘 쓰지만, 문장을 갖춰 써야 하는 안내문, 보고서, 공문, 보도자료, 업무 백서는 보완할 점이 많다”며 덧붙였다. “일부 공공기관은 업무 백서를 업체에 맡겨 작성하더군요. 디자인이나 편집을 맡기면 몰라도 백서 작성 자체는 업무 내용을 가장 잘 아는 공직자들이 직접 해야 마땅하겠죠.”

이 문제에 대한 그의 결론은 ‘체계적인 교육’이다. “저도 지난 2년 경험했지만, 기관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지금이라도 공직자의 말과 글을 교육하는 과정을 만들어 시행하면 좋겠어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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