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이희영 지음 l 창비 l 1만3000원
“영혼 없이 사는 사람들. 너도 곧잘 말하잖아. 영혼 없는 인사, 영혼 1도 없네, 영혼이 가출했네. 뭐 그뿐인가? 영혼이 콩이나 과일이야? 뭐만 하면 영혼을 갈아 넣었대. 그렇게 쉽게 갈아 넣을 수 있는 거, 차라리 없이 살면 좀 어때?”
‘영혼 사냥꾼’은 가벼운 교통사고로 몸과 분리된 영혼, 한수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의 말대로 육체만 남은 수리는 영혼인 ‘나’ 없이도 평소처럼 잘 살아간다. “사람이 어떻게 영혼 없이 사냐”고 발만 동동 구르던 수리도 의문이 든다. 영혼이 유령처럼 된 건 내 육체가 영혼을 거부해서다. 내 육체는 왜 영혼인 ‘나’를 거부하는 걸까.
이희영 작가의 신작 <나나>는 ‘영혼이 몸을 빠져나온다면’이라는 설정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전작 <페인트>에서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이란 가정으로 독자를 홀렸던 작가는 이번엔 ‘영혼이 없네’라는 흔한 농담에서 자아를 찾는 웅숭깊은 이야기를 끌어낸다.
버스가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로 고등학생인 한수리와 은류는 몸과 영혼이 분리된다. 영혼이 몸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뿐. 시간 안에 육체를 찾지 못하면 영혼은 사라지고 육체만 남는다. 육체들은 겉보기엔 잘 지낸다. 수리는 영혼 없이도 아침 명상을 하고, 류는 평소대로 친구들의 부탁을 다 들어준다. 무엇이든 완벽하고자 노력해온 모범생 수리와 아픈 동생을 위해 착한 아이로만 살아왔던 류는 육체인 ‘나’를 보며 자신을 돌아본다. 남들에게 보이는 ‘나’로 살면서 진짜 ‘나’는 잊은 건 아닌지, 진짜 ‘나’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이다.
영혼을 데리러 온 줄 알았던 영혼 사냥꾼은 말과 행동이 ‘영혼 길라잡이’였으니 결론은 해피엔딩. 아이들은 한층 단단해진 영혼으로 사막 같은 세상에 돌아온다. 나에게로 돌아가는 시간은 결국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작가는 후기에 “누구보다 나를 아프게 하는 존재는 다름 아닌 나”라며 “지극히 주관적인 자신만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길 바란다”고 적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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