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노동자 탄압뿐 아니라 노조 안팎 성차별과도 맞선 ‘불편한 기록’
1959년생부터 1994년생까지 여성노동자 69명 생생한 목소리
노동자 탄압뿐 아니라 노조 안팎 성차별과도 맞선 ‘불편한 기록’
1959년생부터 1994년생까지 여성노동자 69명 생생한 목소리
공장에서 거리에서 만난 조금 다른 목소리: 금속노조 여성운동사
전국금속노동조합 지음 l 나름북스 l 1만6000원 노동자여서 험난했고 여성이어서 더욱 험난했다. 그러나 회사와 집, 자아의 안팎에서 벌여온 가열찬 투쟁이, 그들을 강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여성노동자, 반짝이다>에는 이런 여성노동자들을 만든 반짝이는 순간들이 짜임새 있게 기록돼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지은이다. 금속노조 하면 거칠고 강한 남성적 이미지가 떠오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의 최대 산별 노조인 금속노조의 깃발 아래 자동차, 선박, 중장비, 철강 등 금속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모여 있다. 업종이 가입 조건은 아니다. 타는 차 말고 마시는 차 제조기업인 ‘담터’ 노조도 가입돼 있다. 조합원 18만명, 이 중에 6%가량인 1만명이 여성 노동자다. 금속노조 창립 20년을 맞아 이들 6%의 목소리를 금속노조가 엮어냈다. 김진숙을 빼놓을 수 없다. 35년째 투쟁 중인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그리고 또다른 김진숙들이 있다. 자동차 부품을 만들고 전자제품을 조립하고 반도체를 생산하고 조선소에서 용접하고 구내식당에서 음식을 만들며 렌탈 가전을 방문관리하고 변호사와 노무사로 지원하는 여성 노동자 69명의 생생한 목소리가 이 책에 담겼다. 1959년생부터 1994년생까지 여성노동자 각각의 조각그림이 모여 커다란 모자이크를 이룬다. 이들은 해고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불법 파견 노동자, 이주노동자다. 학생운동 출신 ‘학출’도 있고 금속노조에 공채로 입사한 전문직도 있다. 너무나도 다른 이들은 ‘여성 노동자’라는 공통점, 차별과 폭력에 맞서왔다는 같은 경험을 갖고 있다. 대공장 남성 정규직으로 대표되는 금속노조 안에서 ‘드센 언니’로 살아남은 보통 여성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씨줄날줄로 엮었다. 크게 세 부분이다. 지금까지의 투쟁사, 지금도 바뀌지 않는 노동자 탄압의 현주소, 그리고 성평등 쟁취의 기록. 특히 성차별에 맞서 고통스럽게 싸워온 ‘불편한 기록’들이 값지게 읽혔다. 사업장뿐 아니라 어용노조뿐 아니라 금속노조 안에서도 상존해온 성차별과 폭력들, 이를 극복하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들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 어렵게 일궈낸 금속노조 모범단협안 ‘제8장 남녀평등과 모성보호’에는 임금, 채용, 직무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팍팍하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여성 간부의 말이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회사랑 싸우는 건 어렵지 않아요. (…) 문제는 회사가 아닌 남성 간부와 남성 조합원들이죠. 도무지 설득이 안 돼요. 남성과 여성이 직무가 달라서 임금 차이가 나는 건 원래 그렇다는 거예요.” 금속노조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선봉에 서야 할 일들이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여성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원칙적인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김진숙이 믿는 이유다. 여성노동자들에게 금속노조는 이러한 투쟁을 일궈갈 중요한 무대이자 삶의 터전이다. 선배들이 그래왔다. “금속노조가 ‘이노이’라는 이름에 자부심과 삶의 의지를 북돋아줬어요.”(1959년생 이노이·한국지엠) 후배들도 그러하다. “뉴스나 정치에 관심도 없고, 우물 안에서 편히 살았던 제가 노조 활동을 한 뒤론 공부를 많이 하고 있어요.”(1994년생 변주현·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김진숙(한진중공업)은 1981년 대한조선공사(한진중공업 전신)에 입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김치 담다 보면 허리가 휘고 몸이 으스러질 것 같았다”고 김공자(현대자동차)는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노조는 생명과도 같잖아요. 그래서 제 생일처럼 그 날짜(노조 설립일)를 잊지 않아요.” 고미경(엠코)은 새로 만들어진 노조에 바로 가입해 사무장을 맡았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회사가 노조를 포기하라며 직장폐쇄를 했을 때 황미진(KEC)은 클린룸을 점거하고 11일간 버텼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회사가 비정규직이라고 탄압하고 협박하는 게 싫어 노조에 가입한 김경희(현대자동차 판매 비정규직)는 반성문 제출을 거부하자 해고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이노이(한국지엠)가 정년퇴직을 앞둔 마지막 날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서인애(대륙금속)는 노조 덕분에 직장 내 성희롱이나 차별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여자가 무슨 노조 임원이냐”는 말을 듣던 이순옥(현대아이에이치엘)은 이제 “네가 하는 건 다 옳다”는 말을 듣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안상숙(현대케피코)은 노조 집회 무대에서 마이크 잡은 사진을 아들에게 보여주고 어깨가 으쓱했다고 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이선이(한국시티즌정밀)의 아들은 “난 엄마를 존경해. 엄마 주위엔 좋은 사람이 많으니까”라고 말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금속노조에는 129명의 이주노동자 조합원이 있다. 사진은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들(아성프라텍)이다. 왼쪽부터 실라 엘 마사그랑, 오부가구퐁 주벨린, 아간마리 조이 단도이, 마디 오 아리올라.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고은아(금속노조 울산지부 교육선전부장)는 “슈퍼우먼이 될 필요는 없다”는 동지들의 말을 듣고서야 집안일과 노조일을 병행하며 힘들었던 자신의 상태를 알게 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김지현(코리아에프티)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여성 조합원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박성남(레이테크코리아)은 노조 활동하던 시기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빛났다고 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묘비에는 반드시 노동운동하다가 죽었다고 새기고 싶다는 엄미야(금속노조 경기지부 부지부장).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렌탈가전 관리 노동자는 고객에게 성희롱을 당하거나 개에게 물려도 회사는 아무런 조처를 해주지 않는다. 1인 시위 중인 김진희(엘지케어솔루션).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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