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과 인지심리학으로 풀어낸 마음의 재해석
닉 채터 지음, 김문주 옮김 l 웨일북스 l 1만6000원 인간의 마음이나 정신이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영역이 아니라 뇌의 작용이라는 건 이제 상식에 속한다. 우울증이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이 적절한 약을 처방받았을 때 극적인 개선을 보이는 건 흔한 사례다. 그럼에도 “정신적 깊이라는 개념은 착각이다” “탐구의 깊이와 풍부함은 완전히 속임수다”라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선뜻 수긍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심리학자이자 행동과학자인 저자는 ‘모질게’ 말한다. “내면세계 같은 것은 없다. 찰나적인 의식적 경험의 흐름은 광활한 생각의 바다 위로 반짝거리는 수면이 아니라, 그냥 그게 전부다.” 저자의 다소 과격한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책의 추천사를 쓴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의 표현대로 “책으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 된다. 저자는 신념이나 욕망에서 풀려난 즉흥적인 뇌의 반응이 우리가 사고, 철학, 신념 등으로 표현하는 정신작용의 실체라고 말한다. 우리가 말하는 내면세계는 “그저 창작의 연속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 정신과학의 기초가 된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역시 “정신을 심오하게 파고드는 것과는 거리가 먼, 그저 차곡차곡 쌓인 한 세트의 창조적인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인간의 뇌가 ‘즉흥시인’이라고 해도 화가 났을 때 드러누워 떼굴떼굴 구르는 아이의 즉흥적인 행동과 화를 일으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하는 어른의 행동이 같을 수는 없다. 경험이라는 어제의 선례는 오늘의 뇌가 창조하는 데 중요한 불쏘시개가 된다. 뇌는 현재와 과거를 연결함으로써 순간의 의식적 해석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사고행위가 의식 표면의 흐름이라고 해도 책을 읽고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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