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정 지음 l 오월의봄 l 1만5000원 두 달에 한 명꼴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일터가 있다. 거대한 폭발에 타 죽거나 전신화상으로 살이 녹아 고통스럽게 죽는 정도가 아니고서야 흔한 죽음은 관심조차 끌지 못하는 곳이다. 그곳 사람들에게 유해물질을 들먹이며 안전을 말하면 “우린 365일 중 360일은 술을 마신다”며 피식 웃는다. 그 웃음의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같이 따라 웃었다. 마치 폭력을 당한 친구의 멍투성이 얼굴에 간섭하는 대신 화장품으로 같은 멍자국을 따라 그리며 그저 함께 있어주는 것처럼.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노동자, 쓰러지다>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등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기록해온 작가 희정이 처음으로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노동 에세이를 펴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란 무엇인지, 청자와 화자는 어떠한 모습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인터뷰이와의 대화를 어떻게 해석해 세상에 내보내는지 얘기한다. 낯선 목소리를 듣겠다고 찾아간 취재 현장에서 ‘콜센터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는 트랜스젠더의 말에 ‘정말요?’라고 되물었던 과거에 대한 자책, 농성현장에 들어가기 위해 조력자의 애인 행세, 혹은 딸 노릇을 참아내며 ‘무난한’ 사람이 되려 했던 노력, 누군가의 말을 글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막막함과 힘겨움을 견디고 글을 계속 쓰는 이유 등을 담담하게 적어냈다. 작가 본인의 노동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책의 대부분은 여느 때처럼 다치고 병든 사람들,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노동자들, 세상의 편견과 싸늘한 시선을 오롯이 견뎌내는 성소수자들의 얘기를 전하고 있다. 그들 사이에서 자신의 노동을 되돌아본다. 김세미 기자 ab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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