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무거운 질문’ 던지고 떠난 지 5년
동생이 추적해간 또다른 한빛들
한 줄기 작은 빛 밝힐 수 있도록
청년들에게 마이크 쥐여 줘야
‘무거운 질문’ 던지고 떠난 지 5년
동생이 추적해간 또다른 한빛들
한 줄기 작은 빛 밝힐 수 있도록
청년들에게 마이크 쥐여 줘야
청년세대는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 불안정한 일자리를 겨우 얻어도 불평등한 처우를 받으며 불안하게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텍(SETEC) 전시장에서 열린 제16회 외국인투자기업채용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일자리를 살펴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불안과 희망의 교차점에 선 청년들
이한솔 지음 l 돌베개 l 1만5000원 2016년 10월26일이었다. 이한빛은 홀연히 떠났다.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인기 티브이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이, 씨제이이엔엠(CJ ENM) 정규직 피디가 세상을 버렸다. “하루에 20시간이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후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들을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미는 삶에 그렇게 저항했다. 5년이 흘렀고 세상은 조금 바뀌었다. 그 동안 ‘형의 마지막 순간이 던진 무거운 질문’과 마주해야 했던, 이한빛의 동생 이한솔은 <허락되지 않은 내일>을 세상에 내놨다. 형이 남긴 물음에서, 형을 이해해 가는 과정에서, 그는 청년을 마주한다. 혈육을 잃은 지은이는 또 다른 한빛들을 찾아 나선다. 이한빛을 증언해줄 한빛의 친구들 12명을 만난다. “형의 죽음을 쉽게 해석하고 과도하게 해석하지 않기 위해 언제나 경계”하면서 “죽음을 느리게 따라가다 보면 오해 뒤에 가려진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면서, 떠난 사람을 온전히 추모하고 기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그렇게 지은이가 밟아간 곳에는 “투사도 열사도 아닌 경계의 어딘가. 삶을 존중하고, 불폄함을 표현하며, 새로움을 찾아가던 스물여덟 살의 청년이 있”었다. 떠나간 형의 삶이 남긴 표상은 “평범한 청년의 작고 용기 있는 외침”이었다. 그렇기에 지은이는 또 다른 한빛으로 살아가고 있는 청년 23명을 만나 묻고 듣는다. 이 책은 “기성세대가 호명해낸 청년이 아니라 자신을 이야기하는 청년”을 복원하기 위한 작업이다. ‘영끌’하고 공정을 외치는 이른바 엠제트(MZ) 세대라는 규정에 “보통의 청년”이 설 자리는 없다. 구의역 김군도, 태안화력 김용균도, 고민을 이어가다 세상을 떠난 이한빛도 담아내지 못한다. 고교 졸업 뒤 취업 전선에 뛰어든, 지역 활동의 가능성을 부여잡고 분투하는,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하는, 아르바이트와 인턴을 병행하며 대학을 다니는,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영화 작업을 하는, “구조 자체가 불공정하고 불공평하지만, 대안이 없어 무력했을 뿐”인 청년들은, 공정 이슈를 주도하는 이들에게 “소비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문이 너무나 비좁아서 발이라도 하나 걸쳐보고자 아등바등 노력하는 청년 개인의 이기심에 책임을 전가해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지은이가 만난 청년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청년의 미래 불안은 여전하고, 다양한 욕구가 존중받지 못하고, 기댈 곳을 찾지 못해서 고립되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는 희망을 전하지 못했다. 청년 이야기조차 청년이 할 수 없는 사회이므로, 당연한 일이다. 지은이가 강조하는 것은 청년들이 직접 청년의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다. 그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들, 전세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는 청년들, 플랫폼 노동자 청년들, 위험한 노동 현장에 노출된 청년들, 차별금지법을 갈망하는 1인 가구 청년들에게 ‘마이크’를 쥐여 주고 ‘권한’을 맡기자고 지은이는 제안한다. 허락되지 않은 ‘내일’과 ‘내 일’에 한 줄기 작은 빛을 밝히는 일에 나서자는 것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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