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넬로페 홉하우스·앰브라 에드워즈 지음, 박원순 옮김 l 시공사 l 5만5000원 코로나 팬데믹이 바꿔놓은 일상 풍경 중 하나는 집 꾸미기, 그 중에서도 플랜테리어 또는 가드닝 열풍이다. 자유롭게 풍경을 찾아 떠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집 안팎에 풍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무를 심거나 화분을 키우면서 가드닝은 단지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 이상의 즐거움과 의미가 있음을 알아채기도 한다. <가드닝: 정원의 역사>는 파피루스에 새겨진 고대 이집트 왕족의 식물부터 미래의 정원까지 3000년 동안 이어져온 인간 곁 식물의 역사를 아름다운 화보와 함께 담고 있다. 미학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게 아니라 인류가 터를 잡고 살아가면서 식물과 어떻게 함께 살아왔는지, 작은 씨앗 하나가 어떻게 수천만 킬로미터를 넘어 대륙을 넘어갔는지, 누가 그 일을 수행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건축물이 그렇듯이 정원 역시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10세기에 지어진 이슬람 고대도시 메디나 아자하라는 3개의 계단식 테라스 위에 지어진 위용도 특별했지만 정원이 도시의 화려함을 완결짓는 기능을 했다. 사이프러스 가로수 길과 월계수, 석류나무, 오렌지 나무 숲이 장미와 백합을 위한 침상 화단과 어우러져 있었다고 한다. 반면 2차대전 뒤 폐허가 된 유럽은 대규모 가드닝을 위한 자금과 재료와 인력이 없었다. 사람들은 대저택의 화려했던 정원 대신 냉혹한 도시와 현대성을 벗어날 수 있는 소박하고 조용한 휴식처로 코티지 가든을 열망하기 시작했다. 칭기즈칸, 루이 14세, 몽테뉴와 모네,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까지 열정적 정원애호가들의 흥미로운 면모도 들여다볼 수 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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