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행동으로 통합을 지향해온 지도자, 앙겔라 메르켈. 사람들은 부러워합니다. 우리는 왜 저런 지도자를 갖지 못했냐고요. 원전, 난민, 동성애 문제에서 독일 보수당 총리가 남긴 발자취는 부러운 마음을 절로 갖게 합니다. 그러나 메르켈만 쳐다볼 일이 아닙니다.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올 때, 총리가 탈원전을 선언하고 성소수자 인권에 목소리를 높였을 때, 다수 독일 시민들은 우직하게 메르켈을 지지했습니다. 위대한 메르켈 뒤에는 그를 신뢰하는 합리적인 시민들이 존재했습니다.
<녹색평론>을 앞에 두고 상념이 길어지다 메르켈과 독일 시민에 가닿았습니다. 1991년 창간해 생태주의 지평을 열어온 선구적 잡지 <녹색평론>은 창간 30돌 기념호(181호)가 마지막이 될지 모릅니다. 1년간 휴간에 들어가 모색의 시간을 갖는다지만 운영의 어려움이 없었다면, 시민 독자들의 든든한 지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기후위기와 불평등이라는 인류사적 과제 앞에서 <녹색평론>이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말입니다.
이번 <녹색평론>에는 김종철(1947~2020) 전 발행인의 창간호와 각 창간기념호 권두언들이 실렸습니다.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 물으며 시작하는 창간호 권두언을 봅니다. “오늘날 생태학적 위기로 요약되는 (…)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결국 우리들 각자가 자기 개인보다 더 큰 존재를 습관적으로 의식할 수 있게 하는 문화를 회복하는 일일 것이다.” 이 글의 제목은 ‘뿌리에서부터 질문하기’입니다. 질문도 우리가 해야 하고 답변도 우리가 내놔야 합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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