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을 조명하는 네 가지 인문적 시선
조수민 지음 l 을유문화사 l 1만6000원 구름이 해를 가리는 꾸물꾸물한 날씨에는 활기나 의욕을 잃고 우울감까지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어둡게 느껴지는 이런 날에 정말로 빛이 없는 건 아니다. 태양 빛을 구성하는 두가지 중 천공광, 즉 땅을 균일하게 덮으면서 전체를 밝혀 주는 빛은 있지만 강렬하게 빛의 대비를 만드는 직사광이 없을 뿐이다. 직사광은 환한 느낌뿐 아니라 대비를 통해 풍경에 입체감을 더한다. 이 입체감이 보는 이에게 활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조명 디자이너인 <빛의 얼굴들>의 저자는 흐린 날의 빛과 유사한 환경으로 사무 공간의 조명을 꼽는다. 업무 효율성에 집중하는 사무실은 모든 공간에 균등한 조도를 주는 방식으로 조명이 배치된다. 좋게 말하면 차분하게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바꿔 말하면 조명에서 즐거움이나 생기를 얻기는 힘든 게 사무실이라는 뜻도 된다. 더 안 좋은 건 밋밋한데다 높은 색온도를 가진, 아주 환한 형광등을 집안 곳곳에 설치하는 것이다. 긴 노동을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노동의 새벽’을 알리는 푸른 빛의 주광색 형광등은 포근하게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이런 빛 환경은 “자연이 만든 몸의 생체리듬과 맞지 않”을뿐더러 “불면증이나 우울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집 꾸미기 붐이 일어나면서 조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책에는 이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도 많다. 한 예로 유독 남향집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은 남쪽 창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동향과 서향, 특히 서구에서는 “예술가의 창”이라고 일컬어지는 북쪽 창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장점이 많다는 걸 알려준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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