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콥 운동은 자본주의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크리스토퍼 마퀴스 지음, 김봉재·김미정 옮김 l 착한책가게 l 2만2000원 파타고니아, 가디언미디어그룹, 유니레버, 캠벨수프, 갭…. 모두 비콥(B Corp) 인증을 받은 기업들이다. 비콥은 베네핏 코퍼레이션(benefit corporation)의 줄임말로 사회적 유익함(베네핏)을 추구하는 기업을 말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동창 세 명이 만든 비영리 회사인 비랩(B Lab)이 시작한 자본주의 개조 운동으로, 주주 우선주의에 따라 단기 수익 창출에 주력하는 기존 기업과 달리 직원과 지역사회, 소비자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 내는 걸 목표로 한다. 이들은 “소비자들의 더 좋은 평판”이 “고용 유지와 개선, 친환경적인 관행, 그리고 상당한 이익”으로 연결되는 “상호의존성에 기반한 새로운 자본주의”를 지향한다. “보상을 바라는 선행과 본질적인 선행”을 구분하며, 적당히 환경을 위하는 척하는 ‘그린 워싱’을 경계한다. 착한 기업이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들면 더 나은 자본주의가 가능하다는 믿음이다. 세계적으로 수천개에 이르는 비콥 인증 기업은 자신의 활동에 대해 엄격한 평가를 받고 그 결과를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인증이 박탈된다. 2020년 현재 미국 35개 주에서 베네핏 코퍼레이션 법안이 통과됐는데, 흥미롭게도, 대부분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인 주들이다.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라는 개념을 처음 만들어 낸 곳은 록펠러 재단이다. 비콥 운동은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한 자본주의 내부의 운동인 셈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이마저도 급진적이라고 여기겠지만.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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