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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정성스러운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감동시키리

등록 2021-12-03 04:59수정 2021-12-03 10:06

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
보이는 것부터 보이지 않는 곳까지
한이경 지음 l 혜화1117 l 1만8500원

좋은 호텔이란 무엇인가. 나그네로 변장한 제우스와 헤르메스를 만났던 그리스 신화 속 바우키스와 필레몬이 이 물음에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들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음에도, 낯선 손님들을 정성껏 대접해 신들의 축복을 받았다. 결국, 좋은 호텔이란 ‘환대’가 핵심이란 얘기다. 건축·부동산 개발을 전공하고 전세계 유명 호텔 마스터플랜을 담당해온 ‘호텔 실력자’ 한이경씨가 지은 이 책은 호텔업계의 현황부터 시작해 역사, 공간배치의 원리, 투숙객은 잘 모르는 호텔 운영의 뒷이야기 등 알찬 정보를 솜씨좋게 담아냈다.

바우키스 부부야 자기 오두막에서 손님 2명을 맞는 것이었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쾌적한 공간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세심함은 환대의 필요조건이다. ‘직원들이 손님과 눈을 마주치고 응대할 수 있도록 프론트 데스크 모니터 각도를 45도로 배치한다’ ‘엘리베이터는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들을 45초 이상 기다리지 않게 해야 한다’ ‘욕실 온수는 수도꼭지를 튼 뒤 10초 이내에 51~53℃의 뜨거운 물이 나와야 한다’와 같은 꼼꼼한 가이드라인을 보라. 어떤 호텔들은 시그니처향을 자체 제작해 배기관 끝에 향을 분사하는 장치를 붙여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섬세함만으론 경쟁이 치열한 업계에서 앞서나갈 수 없다. 공유형 오피스 같은 로비를 만들거나 폐허가 된 전통 가옥을 개조해 직접 농사를 지어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새로운 가치에 적응하려는 시도가 앞다퉈 이어지는 이유다. 공간 실험의 최전선. 호텔은 오늘도 진화한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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