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근 지음 l 프시케의숲 l 1만 5000원 헌책방 주인이자 절판된 책을 찾아주는 대신 책을 찾는 이들의 사연을 수집해온 지은이는 <헌책방 기담 수집가>에 29권의 책과 그 책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재판됐더라도 사람들은 과거 어느 때 만난 책을 잊지 못해 그를 찾아오기에 표지도, 출판사도, 출간연도도 세월을 듬뿍 뒤집어쓴 책들이 등장한다. 의뢰인들에게 그 책들은 그리운 사람이나 시절을 떠올리게 하거나 삶의 변곡점으로 기억되는 등 선명한 존재감을 지닌다. “책은 작가가 쓴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책을 찾는 사람들은 거기에 자기만의 사연을 덧입혀 세상에 하나뿐인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 서지사항을 자세히 기억하는 손님들도 있지만 책 제목이나 작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희미한 정보 앞에서 지은이는 “여긴 헌책방이지 탐정 사무소가 아니다”라고 되뇌면서도 마치 탐정처럼 작업을 해나간다. “책을 찾는 것과 탐정의 일이 아주 다르지는 않다. 사소한 부분에 귀를 기울이고, 정보를 수집한 다음, 퍼즐을 맞추는 게 기본이다.” 막막해 보이는데도 결국 찾게 되는 데엔 “책이 제 의지로 사람을 찾아오는 것”이라는 그의 굳은 믿음도 한몫했을 듯하다. 아버지의 메모가 남겨진, 잭 런던의 <모험소설>을 되찾고 싶어 한 의뢰인의 사연을 듣고 정말 모험하듯 우여곡절 끝에 책을 찾아 건넸을 때 마주한 오래전 아버지의 메시지는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장강명 작가는 ‘책의 마법을 믿고 싶은 분들, 마법 없는 차가운 일상에 지친 분들께 위안을 줄 이야기’가 실린 이 책을 추천했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