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길을 잃습니다. 가야 할 곳이 있다면 그나마 길을 찾아 헤매겠죠. 가야 할 곳조차 모른다면, 지금 여기가 어딘지도 알 수 없다면, 막막하기 이를 데 없을 것입니다. 방향 없이 방황만 해야 할지 모릅니다.
코맥 매카시의 <로드>(문학동네, 2008)에서 아버지는 절망의 길을 헤쳐 나갑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황폐한 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굶주린 다른 사람들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아이를 살리기 위해, 길을 찾아갑니다. 아버지는 매일 아침 피를 토하며 자신이 죽어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어딘가에는 살 길이 있으리라는 막연한 믿음을 부여잡고 아들을 이끕니다. 그들은 결국 남쪽 바다에 다다르지만, 아버지는 죽음에 이르지만, 아들을 보호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살아남은 아들은 이제 스스로 아버지를 이어, 언젠가 아버지가 되어, 길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어떤 시인의 글에서 ‘지도’라는 단어를 새삼스럽게 읽었습니다. 땅의 모양을 그린 그림 말고 가르친다는 뜻의 지도 말입니다. 더 정확히는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이끄는 행위를 포함하여 지도라고 합니다. 영어 리드(lead)로는 뜻이 더 명확해집니다. 이끌려면 앞장서야 합니다. 앞장서서 이끌지 않고 가르칠 수 없습니다. 누구보다 선두에 서서 길을 열며 따라오라고 손짓하는 것, 그것이 지도이며 그렇게 하는 이를 지도자, 리더(leader)라고 합니다. 길이 보이지 않거나 갈 곳이 없을 때, 지도자는 더더욱 필요합니다. 스스로 지도자이길 바라는 이라면 앞장 서야 합니다. 뛰어난 지도자가 절실할 뿐 아니라 지도자를 알아보는 매서운 눈이 중요한 계절이 왔습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코맥 매카시의 <로드>가 원작인 영화 <더 로드>의 한 장면. 스토리제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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