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본질과 정신 중시해온
구한말 이래 한국 사진의 역사
사진사의 진짜 주역 찾아보고
사진 생산과 유통의 맥락 짚기
구한말 이래 한국 사진의 역사
사진사의 진짜 주역 찾아보고
사진 생산과 유통의 맥락 짚기
박주석 지음 l 문학동네 l 5만5000원 ‘빛으로 그린 그림.’ 흔히 사진을 이렇게 일컫는다. 정말 그럴까? 최근 출간된 <한국사진사>를 보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은 박주석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총 12개 주제로 사진의 역사를 설명하는 책이다. <한국사진사>에서는 기존 연구 내용을 종합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진’이라는 용어도 그렇다. 한국이미지연구소 소장을 지내며 사진사와 사진 기록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지은이가 2장에서 말하는 내용을 보면 ‘빛으로 그린 그림’은 ‘포토그라피’일 뿐이며 외관과 정신까지 담아내야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17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한국사진사를 살펴본 최인진(1941~2016) 선생의 연구를 언급하며 지은이는 포토그라피와 사진이라는 용어는 의미가 다르다고 말한다. ‘진’은 사물 내면에 있는 본질 또는 정신이고 ‘사’는 물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옮기는 과정인데, 포토그라피는 ‘사’에 그치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한국인에게는 ‘진’을 ‘사’하는 전통과 철학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1863년 조선인 최초로 중국 베이징에서 초상사진을 찍힌 이항억의 이야기가 사례이며, ‘사진’이라는 개념을 고려시대부터 사용한 역사도 지은이는 이 책에서 밝힌다. 이어서 지은이는 질문을 던진다. “사진은 이미 포토그라피를 품고 있는 단어이다. 그러면 남는 것은 진의 문제이다.” 오늘날의 ‘진’은 무엇이냐는 물음이다. 다른 분야처럼 한국사진사 역시 한국사를 따라간다. 구한말 한국은 서양인들이 유행처럼 좋아하던 피사체였다. 이 땅은 지정학적 이유로 그들에게 미지의 나라였고 침략 대상이었다. 제국주의 전성기에 많은 서양인들이 한국에 왔고, 사진은 그들에게 ‘세상을 수집해 지식으로 만들고 보급하는 명백하고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서양에 조선 사진이 많이 유통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지은이는 “사진 생산과 유통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해야 제대로 사진을 해석할 수 있다”며 당시 사진의 유통 과정을 이 책 4장에 상세히 기술했다.
영국 해군이 찍은 거문도 주민의 사진으로, 제국주의의 시선에서 타자화된 이미지의 전형이다. 1885~1887년, 영국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문학동네 제공
펠리체 베아토의 사진으로, 조선인이 미군이 먹고 버린 맥주병을 들고 있는 장면. 제국주의가 조선을 어떻게 타자화하는지 보여주는 예. 알부민 프린트, 1871년, 테리 베넷 컬렉션. 문학동네 제공
주명덕의 사진에세이 <홀트씨 고아원> 에서, 1966년 촬영, 1998년 모던 프린트, 사진 컬렉션 지평. 6·25전쟁이 만든 한국 사회의 비극을 단일 주제의 ‘포토스토리’로 엮은, ‘기록사진’을 가능하게 만든 전초전. 주명덕의 사진전이 열린 1996년 4월, 일간 신문들의 사회면·문화면에서 이를 다루었으며 이후 <동아일보>에 ‘혼혈아의 교육 문제’라는 사설이 실릴 정도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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