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화신에서 공론정치가로
박홍규 지음 l 푸른역사 l 2만 2000원 <태종처럼 승부하라>는 조선의 3대 왕인 태종 이방원(1367~1422)의 삶을 잠저기, 집권 전반기, 집권 후반기, 상왕기로 나누어 각 시기 동안 그가 어떤 면모를 보이며 ‘권력을 쟁취하고 권위를 창출해갔는지’를 살핀다. 지은이인 박홍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책이 태종에 관한 학계의 기존 연구 성과와 차별되는 점은 바로 태종 10년을 전후로 시기를 구분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기존의 연구자들이 조선 건국 뒤 수성기로 진입한 때를 세종 이후로 본 것과 달리 태종이 창업과 수성을 겸했음을 드러내는 기록을 살피며 그의 정치세계를 그려낸다. 이방원은 아버지를 도와 조선을 세우고 스스로 왕위에 오르기까지 정몽주, 정도전을 살해하고, 두 번의 왕자의 난을 거치면서 냉혹한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인다. 드라마를 통해서 여러 번 조명된 그 과정이 독자에게 익숙한데, 책은 한비자, 마키아벨리, 주자 등의 틀을 가져와 이방원의 정치를 분석한다. 집권 초기 위협이 될 만한 인물들을 제거할 때의 모습은 긍정하기 어렵지만, 강화된 왕권 위에서 본격적으로 유교정치를 시도하며 적극적으로 변화해나간 태종의 모습은 역동적이다. 수성기 정치의 특징인 ‘유교적 공론정치’를 신하들과 시행하며 ‘절차적 공론성’과 ‘철학적 공론성’을 갖추어간 사례들이 흥미롭게 읽힌다. 지은이는 ‘조선왕조를 유교국가로 구축하는 정치적 위업을 달성한’ 이방원을 “정치적 영광을 실현하고 정치적 행복을 향유한 정치가”라고 말한다. “정치적 리얼리스트” 이방원을 만나며 현재 우리 앞에 선 정치인들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가다듬어볼 수 있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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