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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소유와 지식, 지배계급이 지닌 두 개의 머리

등록 2021-12-17 05:00수정 2021-12-17 19:28

프랑스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자크 비데
마르크스와 푸코 지적 유산의 협업
메타구조론으로 구조의 선전제 따져
소유-지식의 헤게모니적 역동성 주목
카를 마르크스, 미셸 푸코. 한겨레 자료사진
카를 마르크스, 미셸 푸코. 한겨레 자료사진

마르크스와 함께 푸코를
메타구조란 무엇인가
자크 비데 지음, 배세진 옮김 l 생각의힘 l 2만7000원

자본주의 발전에 따라 모든 것이 상품화된다는 카를 마르크스(1818~1883·아래 사진)의 말은 분명한 현실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에 대항해 계급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현실과 더욱 거리가 벌어졌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에선 ‘해방된 생산자’가 아니라 규범화하고 통제하는 권력에 예속된, 미셸 푸코(1926~1984·아래 사진)가 말하는 주체와 그 분열, ‘인민 내부의 모순’이 더욱 도드라진다. 현대사회의 어떤 고갱이를 서로 다르지만 적확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와 푸코는 그 각각뿐 아니라 둘 사이의 접점까지도 오늘날 사유의 커다란 숙제로 꼽힌다.

프랑스의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자크 비데(86)가 2014년에 쓴 <마르크스와 함께 푸코를>은 “마르크스적이고 푸코적인 두 유산을 서로가 서로에 의해 재교차되도록 함으로써 이 두 유산을 작업장 위로 다시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루이 알튀세르의 영향에 따라 마르크스주의를 재해석하는 데 집중해온 지은이는, 전작 <마르크스의 생명정치학>(오월의봄)에서 푸코에 도달하기 위해 마르크스를 참조한 데 이어 이번 책에서는 마르크스에 도달하기 위해 푸코로부터 출발한다. 무엇보다 지은이는 “착취라는 영역을 마르크스에게, 지배라는 영역을 푸코에게 할당”하는 식의 절충주의적 분할을 비판하며, “마르크스의 접근과 푸코의 접근을 모두 함께 포함하는 하나의 동일한 이론적 구축물로서 현대사회에 대한 일반 이론”을 지어보겠다고 말한다. 그 핵심에는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메타구조’가 있다.

메타구조론은 지은이가 마르크스주의의 약점을 보완하고 새롭게 만들기 위해 천착해온 일종의 방법론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현대의 사회적 구조를 만드는 토대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구조가 실존하기 위해 먼저 존재하는 허구적인 조건(선전제)이 무엇인지 따져묻는 접근이다. 이런 의미에서 마르크스는 이미 합리적인 ‘시장’을 선전제로 삼는 ‘자본’(주의)의 근본 모순을 들여다봤다. 자본주의적 계급구조는 노동을 상품으로 변형해 착취하지만, 합리적이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계약이라는 기반 위에 세워져 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들 때 노동력은 스스로 상품이 되니, 자본주의는 이것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만드는 주장으로부터 발생한다. 이를 두고 지은이는 “현대성(또는 현대적 사회질서)은 ‘이성의 도구화’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를 마르크스
카를 마르크스

미셸 푸코
미셸 푸코

그러나 지은이는 마르크스가 단지 “사회적 장(場)의 절반만을 취급했다”고 지적하며, ‘현대적 계급관계’는 시장뿐 아니라 ‘조직’이라는 두 매개를 모두 함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직이라는 매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장을 연 사람이 바로 1970년대에 ‘자유주의적 통치성’ 문제를 파고들었던 푸코다. 푸코는 ‘구조’가 인간을 취급하는 마르크스적 사회적 장이 아닌, 인간에 의한 인간 취급이 이뤄지는 사회적 장을 새롭게 발견했다. 집합적 생명(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삼아 생산력 자체를 생산하기 위해, 자유주의적 통치성은 잉여가치를 추출하는 것이 목적인 자본주의적 권력과는 다른 종류의 권력을 행사한다. 개인들을 하나의 규범 주위에 나누어 배치하고 다른 개인들과의 관계 사이에서 위계화하고, 극단적인 경우엔 자격을 박탈하거나 무효화하는 힘이다. 이 힘은 ‘시장에서의 소유’가 아니라 ‘조직에서의 역량’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소유-권력’과는 완전히 구분되는 ‘지식-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역량은 자격을 부여하는 권위, 곧 “‘진실’의 담지자로 스스로를 인지하도록 만드는 능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르크스와 함께 푸코를 참조하면서, 우리는 ‘이성의 도구화’를 수행하는 두 가지 양식을 모두 시야에 넣을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현대적 사회질서는 계급요인으로 도구화된 것들로서의 시장과 조직의 함께-포개어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시장과 조직이라는 두 가지 극은 서로 구분되지만 따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오늘날 자본이 지식-권력에 의해 공공 서비스라는 형태 아래, 이전에는 비-상품적인 방식으로 보장됐던 영역(병원, 학교, 감옥, 연구소 등)을 강력하게 장악한 것을 사례로 들 수 있다. 고위 관리자가 자본가의 이윤을 나눠 갖거나 거대 자본가가 정책을 움직이는 등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것은 “시장의 높으신 나리와 대결함과 동시에 조직의 권력자와도 대결하는 이중전선”이다.

다만, 이런 사회적 힘들은 어떤 단일한 구조에 묶여 있지 않기 때문에 되레 ‘헤게모니’적 역동성을 지니게 된다. 권력은 특권 계급이 지니는 두 극에 위치해 있는 사회적 힘의 대결 안에서 벌어지는 저항과 주도, 지배와 탈지배, 동맹과 타협 등 끊임없는 작용들 속에서 구성되기 때문이다. 이런 역동성은 지배계급에 대항하는 근본계급(인민계급)의 전략 또한 이전과 다르게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한다. 지은이는 “현대사회 내에는 분명 두 가지 계급이 존재하지만, 계급투쟁은 3항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용”이라며, ‘아래로부터의 전략’을 말한다. 소유의 특권을 통해 시장을 지배하는 자본가들의 힘과 역량의 특권을 통해 조직을 지배하는 관리자의 힘이 있다면, 사회-생산적 과정에 참여하는 인민계급 역시 소유와 역량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유의미한 하나의 사회적 힘을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전략은 그 무엇도 약속하지 않는다. 다수로 존재하는 근본계급이 과연 자신의 다양한 분파들 속에서 어떤 통일적인 자기 존재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신자유주의의 도래와 함께 갈수록 벌어지는 내부의 분열과 간극들 속에서, 지은이는 ‘몫 없는 자들’의 목소리에 보편적인 것의 담지자로서 우선성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도 말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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