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주 사단법인 역사·여성·미래 상임대표. 정현주 대표 제공
“한국사에서 그동안 여성들은 많이 배제됐어요. 독립운동가 서훈이 대표적이죠. 지난 10월 현재 여성 서훈자는 3.2%(540명)에 불과해요. 우리 역사에서 여성의 역할을 다시 평가해 다양한 콘텐츠도 개발하고 전시나 교육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운영하면 좋겠어요.”
국립 여성사박물관 설립과 한국 여성사 대중화를 위해 2013년에 설립한 사단법인 역사·여성·미래 정현주 상임대표의 바람이다. 그는 이 단체 창립 대표에 이어 2019년부터 다시 대표를 맡아 이끌고 있다. 그는 2016년부터 2년 동안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국립여성사전시관 관장도 지냈다.
사학과 여성학을 전공한 연구자들이 중심인 역사·여성·미래는 최근 역사여성미래 총서 1~3권 <‘여권통문’, 새 세상을 열다>, <문화유산으로 본 한국 여성 인물사>, <부부독립운동가 열전>을 한꺼번에 냈다. “한국 여성의 역사를 알리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인물 소개라는 생각에 작년에 출판사 등록까지 해 책을 내게 되었어요.” 지난 17일 전화로 만난 정 대표의 말이다.
<부부독립운동가 열전>(신영숙·강영심·김수자·정현주 공저)은 모두 69부부로 알려진 일제 강점기 부부독립운동가 중 15부부의 행적을 담았다. 사회주의 노선의 허정숙·임원근, 의열단 활동을 한 박차정·김원봉, 임정 계열의 이은숙·이회영 부부 등 좌우를 두루 망라했다.
<문화유산으로 본 한국 여성 인물사>(이배용 역사·여성·미래 이사장 등 13명 공저)는 한국사에서 “주체적이면서 시대가 필요한 삶을 산 여성들”을 추려 생애를 짚었다. 고대 단군신화의 웅녀는 수렵 시대에 농경문화를 받아들여 독창적인 고조선 문화를 창출한 리더로 조명했고, 한국사 첫 여왕인 선덕여왕은 영민하고 지혜로운 통치로 삼국통일의 주춧돌을 놓아 2명의 여왕이 더 나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했다. 여성이 쓴 최초 여성 교훈서 <내훈>의 저자 고려 원덕태후와 조선 최초의 여성 서화가 설씨부인, 태교와 산전 관리 수칙을 집대성한 <태교신기> 저자 이사주당, ‘여성’ 이야기를 했던 여기자 최은희 등도 살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다루려고 노력했어요. <태교신기>는 임신한 여성의 몸가짐을 과학적으로 살핀 책인데, 지금 봐도 세계적으로 손색없는 태교서이죠.”
내년 설립 20년인 국립여성사전시관은 내후년쯤 전시 공간을 현재 200평에서 10배가량 늘려 국립여성사박물관으로 재탄생한다. 역사여성미래의 핵심 창립 목표가 이뤄진 것이다.
정 대표는 “사람들이 우리 역사 속 여성 인물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앞으로도 여성 인물 소개에 힘쓰겠다고 했다. “여성 인물 100명을 어린이 교육용 키트와 동영상 교육 자료로 만들어 교육할 계획입니다. 사이버 여성사박물관도 만들고 싶어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정현주 대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