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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어른이 한 게 뭐 있어요, 죽은 아이들이 한 일이지

등록 2021-12-31 05:00수정 2021-12-31 12:54

그들이 사라진 뒤에
조수경 지음 l 한겨레출판 l 1만5000원

이런 글이 필요했다. 아동학대에 맞서, 어른의 무관심과 무대응에 맞서 아이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여주는 글. 조수경의 두번째 장편소설 <그들이 사라진 뒤에>는 아동학대를 다루되 참담한 현실만 모사하지 않는다. 고통에 맞서며, 삶을 능동적으로 꾸려가는 완성된 인간으로 어린아이를 그린다.

중요한 시도다. 아이 역시 사랑, 안전, 연대 같은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고통에 대응하는 존재임에도, 이렇게 존엄한 의도는 가해자의 잔혹성보다 관심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록이 트라우마를 다시 경험하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살아남은 아이와 지키지 못한 아이 들. 10대 ‘요미’. 아기일 땐 아빠의 유튜브 소재, 그러니까 돈벌이 수단으로 쓰이다가 성장하자 ‘이젠 안 귀엽다’고 방치된다. 16개월 ‘지유’. 시리얼 통이 빈 줄도 모르는 엄마는 나가더니 몇 날 며칠 들어오지 않는다.

6살 ‘유나’. 다용도실에 갇혔다. 빨랫감을 덮고 자고, 수챗구멍에다 오줌을 눈다. 오줌 청소를 한 “호스 끝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는 게 허기와 갈증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유나를 지키던 언니 ‘한나’. 냉동실에 갇혔다. 아빠와 계모한테 맞아 쓰러졌지만 아무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다용도실에서 숨이 멎었다. 그리고 나이도 이름도 모르는 ‘아이’. 버려진 아기들을 키워 장기를 꺼내 파는 ‘남자’의 집을 탈출했다.

이 ‘아이’가 고통받는 아이들을 집 밖으로 꺼내고, 구조된 아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는” 이야기가 큰 흐름이다. 판타지 같다고? 아니, 현실적이다. 학대받는 아동을 구한 건 “어른이 한 일이 아니”라 “아이들이 한 일”이 맞다. “아이 하나가 죽어야 그나마, 아주 조금씩 세상이 변해”갔으니까.
조수경.소설가. 한겨레출판 제공
조수경.소설가. 한겨레출판 제공

소설은 어른을 ‘이름 없는 어른’과 ‘이름 있는 어른’으로 나눈다. 한나 옆집에 사는 ‘김 씨’. 학대를 의심했지만 “남의 집 일에 끼어들기 쉽지 않아” 신고하지 않았다. 위험한 ‘노숙’을 하는 아이들을 목격했던 ‘최 씨’. 초겨울에 얇고 더러운 옷을 입고 있는 걸 봤지만 “애들이라 뛰어다니다 보면 추운 줄도 모르겠지” 싶어 신고하지 않았다. 모두 무관심했다. 반면 임신부 ‘신 씨’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오 군’은 이름을 얻는다. 동네, 일터, 모든 생활권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을 살피는” 신수연과 오영준. 이들의 관심과 신고는 사라진 아이들을 찾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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