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우리가 즐겨 쓰는 말입니다. 열심히 일해야 하고 공부해야 하고 살아야 하고…. 입버릇처럼 지천에 넘칩니다. 새해에는 열심히 운동하고 금연·절주하고 책 읽고, 또 뭘 더 해야 할까요. 어느날부터인가 ‘열심히’ 라는 말이 마땅치 않습니다. 대신 ‘꾸준히’를 떠올립니다. 이 말 앞에 ‘밥 먹듯’이라는 말을 놓아도 좋겠습니다. 때 되면 끼니 챙기듯 자연스럽게.
열심히는 쫓기는 강박에서 나온다면 꾸준히는 용기에서 비롯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自信)에서 우러나오는 용기 없이 꾸준하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트롤링’만큼이나 문제적인 ‘취소 문화’를 접하며 용기를 곱씹어 봅니다. 혼란과 분열을 목표 삼는 트롤링을 비난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취소 문화는 용기를 말살하거니와 문제를 거론하는 것조차 어렵게 합니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비난의 ‘불똥’이 튈까 봐 눈치 보고 말 못 하고 눈 감고 입 다무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타인을 사회적으로 매장하고 발언권을 봉쇄하는 일보다 더 위험한 것은 자기검열에 이르는 일일 것이며 심한 경우 너나없이 자아상실의 노예상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토론 없는 곳에서 민주주의는 질식합니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곳은 광장이 아니라 감옥입니다. 갇히고 닫힌 공간에서는 전체를 볼 수 없습니다. 전체를 볼 수 없으니 부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합니다. 정체성 정치만이 파편적으로 난무할 때 공동체는 사라지고 연대는 불가능해집니다. 정체성조차 왜곡되고 악용됩니다. 용기 있게 대화하고 토론하고 연대하고, 수용하고 때로 거부하는 민주주의를 일궈나가기 위해, 올 한 해도 꾸준히 읽고 사유하고 써야겠습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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