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마감하는 목요일, 책 읽기를 마쳐야 하는 수요일, 책을 펼치고 각오를 다지는 화요일. 저는 일요일 오후 긴장합니다. 책 선정 회의를 앞둔 터. 한 주간 쌓인 책들을 먼저 거르고 골라 늘어놓고 브리핑하고 의견을 나누고 다시 고르고 거르는 월요일. 기자에게 저널리즘은 고르는 일입니다. 세심하게 살펴 오독을 경계하는 것, 개인적 편향을 최소화하고 독자들이 읽어야(알아야) 할 책(사안)에 집중하는 것, 그렇지 않은 책을 과감히 거르는 것. 제가 읽고 싶은 책이(을) 선정되(하)지 않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손석희의 <장면들>(창비)은 좀 더 적극적으로 살펴봤으면 좋았겠다고 반성했습니다. 세월호 보도를 다룬 장면은 절절이 또한 절절히 눈시울을 물들였고, 특유의 냉철·냉랭함 아래 담긴 뜨거움은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더욱 잘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알랭 드 보통한테서 끌어낸 대목, “언론인이 해야 할 일은 (…) 중요한 것을 재밌게 만들고 또 재밌는 건 뭐든지 중요한 것으로 만드는 일”이라는, “표현의 자유는 좋은 뉴스와 좋은 언론사를 만드는 단 한가지 요소에 불과”하다는 통찰도 귀한 양식이었습니다.
욕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에만 매몰되지 않으며,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기계적 중립을 거부하면서, 묵묵히 갈 길을 가는 저널리즘의 <장면들>을 오랜만에 목격했습니다. 과연 이런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무욕의 열정이라는 역설에서 민주주의·인본주의에 기반한 확고한 원칙이 설정되고 이에 따라 비관의 자리에서 낙관을 과감히 실천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대개는 탐욕이 두려움을 조장하고, 비겁한 외면과 나태한 무지, 어리석은 자기만족으로 이어집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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