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지음 l 문학동네 l 1만5000원 우리는 때로 ‘현실의 나’를 되돌아보기 위해, 혹은 버리기 위해, 또는 바꾸기 위해 길을 나선다. 낯선 곳에서 마주한 ‘나’는 익숙한 공간의 ‘나’를 대체할 그 무언가를 제시하기도 한다. 은희경이 6년 만에 발표한 소설집 <장미의 이름은 장미>는 그런 이들과 차분히 동행하는 책이다. 4편의 단편이 묶인 책인데, 주인공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최고에서 최하로 놀고 있는 나라”의 낯선 도시 뉴욕을 선택했다는 것. 승아는 뉴욕에 뿌리내린 친구 민영의 에스엔에스(SNS) 문구 ‘환영’이라는 단어에 기대 비행기를 탄다. 기실 친구와의 조우는 핑계이고 승아가 찾고 싶었던 건 다른 것이다.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며 살아온 자신에게 진저리난 승아는 “그런 사람만은 아니란 걸” 증명해 보이고 싶다. 승아의 자기 반란은 표제작이자 제29회 오영수문학상 수상작인 ‘장미의 이름은 장미’의 수진의 궤적과도 일맥상통하는데, 수진 역시 “일상의 수많은 상처와 좌절들, 낙관적이지 못한 복잡한 생각과 그것을 납득시키기 위한 기나긴 말다툼”으로 지친 자신에게 신물이 난 상태다. 착한 조연으로 살아온 현주도 자신이 불편해지긴 마찬가지.(‘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 마지막 편의 등장인물 ‘최유정’까지 포함해 이들은 느슨한 침잠에서 길을 모색한다. “과연 떠나오기는 한 것일까”라는 수진의 회의에서, 술김에 외친 현주의 말 “리셋”까지 작가의 당부는 곳곳에서 읽힌다. 은희경은 ‘작가의 말’에서 “위축되고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스스로를 방치하지 않으며 타인에게 공감하려고 애쓰기를” 바란다고 썼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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