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의 진실
윌리엄 쉬어·마리아노 아르티가스 지음. 고중숙 옮김. 동아시아 펴냄. 1만4000원
윌리엄 쉬어·마리아노 아르티가스 지음. 고중숙 옮김. 동아시아 펴냄. 1만4000원
갈릴레오가 로마에 자주 간 까닭은?
근대 과학혁명의 주인공인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생전에 로마로 여섯 차례나 긴 여행을 했다. 교황과 고위 성직자, 귀족, 지도급 학자들이 모여 있던 당대 권력 중심지인 로마에 그가 머문 기간을 합치면 500일이 넘는다. 그는 로마에서 고위 인사들과 긴밀한 접촉을 했다. 때로는 23살 때 대학 교수 자리를 얻기 위해, 때로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변호하기 위해, 또 1633년 종교재판의 대상이 된 책 <대화>의 출판 허가를 얻기 위해, 마지막 여행은 종교재판을 받기 위해 이뤄졌다. 한때는 환대받는 호사스런 여행길이었고 한때는 비난과 질시를 감수해야 하는 가시밭길이었다.
과학철학자와 신학자인 윌리엄 쉬어(이탈리아 파도바대학 교수)와 마리아노 아르티가스(스페인 나바라대학 교수)가 함께 지은 <갈릴레오의 진실>(동아시아 펴냄)은 이런 여섯 차례에 걸친 갈릴레오의 로마 여행길을 낱낱이 추적하며 갈릴레오의 삶을 재구성한 책이다. 갈릴레오의 삶에서 매번 바뀌었던 로마 여행길의 의미와 그의 행적을 좇는다. 특히 과학사에서 상징적 사건이 된 종교재판을 주요 관심사로 다뤘다.
무엇보다 갈릴레오를 ‘근대 과학의 아버지’나 천재 과학자의 전형으로 단순화하는 시각을 버리고, 그가 로마 여행에서 어떻게 다르게 행동했는지, 그의 인맥과 교분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그가 추구한 삶의 전략과 전술은 무엇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에선 일반의 상식과 다르게, 그가 종교계와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매우 밀착해 의지하고 있었음을 볼 수 있다. 또 종교재판 직후에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을 남겼다는 일화가 훗날 그의 업적을 미화하며 생겨난 것이며, 태양중심설을 지지하는 그의 여러 가설과 논거들이 지금 생각하면 다소 비과학적이었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갈릴레오가 그의 신념을 설득하기 위해 썼던 그만의 논증방법, 문체들에 관한 지은이의 분석도 곁들여졌다.
이 책에서 갈릴레오는 낡은 중세적 세계관과 정면대결을 벌이며 ‘혁명의 횃불’을 든 인물이라기보다, 서슬퍼런 검열과 금서 정책을 폈던 종교권력과 적절히 타협하며 물러나고 적절한 기회에선 자신의 신념과 진리를 끊임없이 제시하려 했던 인물로 드러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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