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크 쥐스킨트 <사랑의 추구와 발견>
<좀머 씨 이야기> <향수> <콘크라베이스>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57)의 책 두 권이 새로 나왔다. 이번에는 소설이 아니라 시나리오와 에세이다.
<사랑의 추구와 발견>은 영화 감독 헬무트 디틀과 함께 쓴 시나리오다. 디틀과는 1996년에도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라는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 한 바 있다. 같이 나온 <사랑을 생각하다>는 시나리오에 대한 일종의 해설서로 쓰여진 쥐스킨트의 단독 저작이다. 두 권 다 강명순씨가 옮기고 열린책들에서 나왔다.
<사랑의 추구와 발견>은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변용한 작품이다. 독일에서는 영화로 만들어져 지난해 초 상영되었다고 한다. 오르페우스가 먼저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찾아 죽은 자들의 땅 하데스로 내려간 이야기는 유명짜하다. <사랑을 생각하다>에서 쥐스킨트는 “오르페우스는 사랑 때문에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선구자”라고 평가했다.
오르페우스는 특유의 노래 솜씨로 저승의 신을 감동시킴으로써 에우리디케와 함께 다시 지상으로 향하지만,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어기는 바람에 마지막 순간에 에우리디케를 다시, 그리고 영원히 잃는다. <사랑의 추구와 발견>에서는 사랑의 종말에 낙담해 자살한 연인 미미를 찾아 ‘오르페우스의 우물’로 뛰어든 여가수 비너스가 역시 미미를 구해서 지상을 향하지만, 오르페우스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순간에 뒤를 돌아봄으로써 만사휴의가 되고 만다. 이 작품에서 뒤를 돌아본다는 행위는 ‘부질없이 지난 일을 들추어서 동티를 내다’는 뜻을 상징한다.
<사랑을 생각하다>에서 쥐스킨트는 소크라테스와 괴테, 바그너, 필리프 아리에스 등을 풍부하게 인용해 가며 오르페우스 이야기의 현대적 의미를 반추한다. 특히 예수의 사랑과 오르페우스의 사랑을 비교하는 대목이 인상적인데, 예수의 크고 성공한 사랑에 비해 오르페우스의 작고 실패한 사랑이 더욱 인간적이고 감동적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파트리크 쥐스킨트 <사랑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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