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작지만 강력한 이야기
필립 볼 지음, 고은주 옮김 l 휴머니스트 l 3만5000원 흙, 공기, 물, 불. 플라톤은 <티마이오스>에 이 네가지 원소로 ‘우주의 몸’이 구성되어 있으며 이 네가지가 조합하여 만물이 만들어진다고 적었다. 사원소설이다. 엠페도클레스가 정립한 이론으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지한 덕분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세상만물을 이루는 기본 단위를 궁구하려 한 발상은, 놀라운 질서와 법칙이 담긴 주기율표 작성으로 이어졌다. 최첨단 과학의 발전도 2500년 전 그리스 철학자들에게 빚진 바 크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 편집자 출신의 과학저술가 필립 볼이 쓴 <원소>는 ‘물’에서 시작한다. 탈레스가 모든 물질의 근원으로 지목한 물은 “고대에는 모든 물질의 상태로 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물질로 알려졌다.” 액화수소는 쉽게 접할 수 없지만 얼음과 수증기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를, 헤라클레이토스는 ‘불’을, 크세노파네스는 ‘흙’(과 물)을 원초적 물질로 봤다. <원소>는 원소 발견의 역사 3000년을 하나하나 짚어가지만 단순 시간 순서로 지루하게 훑지 않는다. 구리·은·금, 주석과 납, 철 등 자연에서 발견되어 인류 문명을 이끈 금속 원소와 연금술로 탐구해낸 원소, 광업으로 발굴하고, 전기로 분해해내고, 급기야 원자핵 기술로 인간이 만들어낸 원소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안티모니(Sb), 비스무트(Bi), 테크네튬(Tc), 넵투늄(Np) 등을 만나고 아메리슘(Am), 퀴륨(Cm), 버클륨(Bk), 캘리포늄(Cf) 등과 조우한다. 듣도 보도 못한 원소들이 다채롭게 품은 흥미로운 이야기와 풍부한 이미지는 책장 넘기는 재미를 배가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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