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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탐욕의 시대 꾸짖는 지옥의 묵시록

등록 2022-02-11 04:59수정 2022-02-11 10:55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
녹색평론 서문집
김종철 지음 l 녹색평론사 l 2만1000원

욕망이 질병처럼 창궐하는 시대에 이 책은 한 편의 절망적인 묵시록처럼 읽힌다. “새벽 네 시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사람들은 안다. 어느 날 이 시스템이 붕괴할 것임을.” 소설가 존 버거의 비감한 정서에 기대어 지은이는 절규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망하고 말 것이라고.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는 (…) ‘탐욕’이라는 바이러스”라고. “경제성장이라는 것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시대착오적인 개념”이며 인류와 지구를 구원하는 유일한 길은 가난의 미덕을 받아들이고 뭇 생명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라고.

1991년 창간호부터 2020년 김종철 발행인이 숨지기 직전에 펴낸 제172호까지 <녹색평론> 서문을 모은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는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의 텍스트 버전이다. 김종철 발행인은 30년에 걸쳐 ‘사람들아, 제발 하늘을 쳐다보라’고 외쳤지만, 영화 속 과학자처럼 광인 취급을 받거나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로 무시당했다.

세월의 프리즘을 투과한 김종철의 문장은 우리 사회가 미친 듯이 질주했던 경제 발전의 역사를 성찰하게 한다. 잘살게 될수록 욕망의 그릇은 비례하여 커졌고 사람들은 오히려 불행해졌다. “경제성장은 본질적으로 불평등한 사회적 관계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그 결과는 반드시 불평등한 사회적 관계를 증폭시킨다.”

사회주의가 평등하게 부자가 되자는 욕망의 기획이었다면 김종철의 녹색운동은 평등하게 빈자가 되자는 절제의 기획이다. 부끄러움 없는 탐욕이 신성불가침의 영토처럼 행세하는 세상에서 가능한 일일까. 갈 길은 멀고 날은 저물고 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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