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제가 책에서 읽고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어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이 말은 바로 존경하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한 말이죠.”
제가 이 글을 쓰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년 전, 봉준호 감독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침, 스코세이지 감독은 24년 만에 ‘메가폰’을 든 <아이리시맨>으로 봉 감독과 경합하며 기립박수를 받습니다. 영화 <기생충>도 충격적이었지만, 스코세이지를 인용한 말은 두고두고 곱씹게 됩니다.
언론들은 이 ‘명언’의 근거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봉 감독은 해명합니다. 데이비드 톰슨이 쓴 책에서 밑줄 친 문구라고요. <비열한 거리-마틴 스콜세지: 영화로서의 삶>(한나래, 1994)으로 번역된 이 책에 같은 표현은 없지만 서문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영화는 개인적인 것이 되어야 하고 그것이 기술적이고 산업적인 자원을 사용할수록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관된 작가성에 대한 집착이 있을 때 (…) 어떤 제스처와 대사 한 줄도 그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에서 나온다는 주장이 참된 것이 될 수 있다.”
독서의 대단히 뛰어난 전형이 아닐까 새기면서, 동시에 탁월한 작품이 태어나기까지 과정의 비밀스러운 일단을 엿보게 됩니다. 복잡하고 난해한 표현이 필연적으로 저자의 것이라면, 그것을 압축하고 뭉개고 적절히 요리해서 “가장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는 것. 무엇보다, 개인적인 것일수록 그것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되새기게 됩니다. 그러니 일상을 살아가는 순간이란 모조리 창의적인 찰나인 것입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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