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디에나 있어
브루스 핸디 글, 염혜원 그림, 공경희 옮김 l 알에이치코리아 l 1만5000원
첫 장을 펼칠 때부터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하얀 토끼를 꼭 끌어안고 자는 아이 그림에서 똑같은 토끼를 항상 안고 다니는 조카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시도 토끼를 내려놓지 않은 귀여운 토끼 같은 세 살 조카는 설 연휴 때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행복은 어디에나 있어>는 잠에서 깨자마자 호기심으로 가득한 아이의 눈망울을 보는 것 같은 그림책이다. ‘시작할 때는 걱정’과 ‘함께할 때는 행복’, ‘들을 때는 속상함’과 ‘말할 때는 행복’, ‘할 일 없는 심심함’과 ‘할 일 없는 행복’ 등 아이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감정과 생각을 입에 술술 붙는 글귀로 풀어낸다. 때로는 완벽한 대구를 이루며, 때로는 위트 있는 라임을 살려 쓴 짧은 글은 ‘긴 여운’을 남긴다.
여기에 오랫동안 지켜봐야 포착할 수 있는 어린이의 사랑스런 행동과 모습을 색연필과 수채화로 담아낸 그림이 조화를 이룬다. 특히 서로 다른 생김새와 문화의 어린이를 고루 등장시킨 것도 눈길을 끈다. 그림을 맡은 염혜원 화가가 미국 브루클린에서 활동 중이어서, 아이들이 함께 살 ‘다인종’ 세상을 자연스레 그려냈다. 접지를 활용한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접혀 있는 페이지를 펼쳐 나오는 숨어 있는 장면을 발견했을 때 아이들은 ‘언제나 같음’에서 ‘달라지는 행복’으로 바뀐 글귀를 음미해볼 수 있다.
작가인 브루스 핸디는 미국 주간지 <타임>, 패션잡지 <에스콰이어> 편집자로 일했고 <뉴욕타임스> <뉴요커> 등에 칼럼을 썼다. 염혜원 화가는 볼로냐 라가치상, 에즈라 잭 키츠상 등 세계적인 그림책 상을 수상했다. 그는 출판사가 공개한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의 채색을 시작했을 때 뉴욕에선 (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이 막 시작됐다. 무섭고 힘든 시간이었다. 그때 처음 채색을 시작한 장면이 ‘시작할 때는 걱정, 함께할 때는 행복’이었다. 아이가 철망을 붙들고 있는 장면을 그리면서 답답한 마음을 잔뜩 이입했다가 다음 장면을 그리면서 ‘그래도 가족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전 연령.
이완 기자
wani@hani.co.kr 그림 알에이치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