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통일운동 현장 떠나 로마 한국신학원 맡는 김종수 신부

등록 2006-02-17 18:31

탁월한 대북 협상력에 ‘종수스럽다’ 유명
남쪽 민간대표로 6년 활약…빈자리 걱정
“남북관계 진전 더뎌 가슴 아프다”

통일운동이나 남북관계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종수스럽다” “종수질한다”는 말은 그다지 낯설지 않다. 뜻을 굳이 풀면 “진실성이 듬뿍 담긴 비야냥”의 형용사 및 동사 표현이다. 김종수(52) 가톨릭대 교수(전례학)를 두고 하는 말이다. 6년간 ‘외도’한 통일운동 현장을 벗어나, 로마 한국신학원 원장으로 취임하기 위해 그가 3월1일 이탈리아로 떠난다.

한국의 주교회의를 대신해 교황청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온 30여명의 신부들 교육도 담당하게 된다. 로마한국신학원은 2001년 설립돼 김 신부가 3대 원장이다. 임기는 5년. 김 신부는 “통일운동을 접게 돼 솔직히 섭섭한 마음도 있다”면서도 “사제로서 종교인의 삶에 다시 열중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명동성당 보좌신부와 가톨릭대 교수, 주교회의 사무총장 등을 지낸 그가 본래의 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무슨 일이든 일단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하는 성미라서 로마에 가서도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변에선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최근 남북관계 진전이 더딘 것이 가슴 아프다”고 했다. 김 신부는 “북한이 한국보다 중국하고 더 가까워지려는 것 같다”며 “그럴수록 통일은 점점 멀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활발해진 민간차원의 남북교류 마당에는 늘 그가 자리를 지켰다. 이쪽 공식 직함은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공동대표’로 제법 길다. 직함 길이 만큼이나 그는 2000년 이후 평양행 10여 번, 금강산과 개성행까지 합치면 매달 한두 차례 북쪽 땅을 밟았다.

종교인들은 재야운동을 하다 사회민주화와 함께 통일운동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카톨릭 사제로 일하다 바로 통일운동에 뛰어든 특이한 이력이다. 그의 등장과 함께 종교계 통일운동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 특정단체의 개별적인 참여에서 천주교, 기독교, 불교 등 종단차원으로 확산됐다.

그에 대한 통일운동 진영의 평가는 찬사와 비난으로 극단적이다. “북쪽에 대해 할 말은 하면서도 북쪽을 존중할 줄 알고, 남쪽에 대해서도 국민정서와 정부 입지를 두루 챙기기 때문”일 것이라고들 말한다. 김 신부는 북쪽과 협상에서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과감히 거절해 ‘소신파’로 통한다. 2000년 1월 서울 서교호텔에서 김 신부를 처음 만나 6년간 호흡을 같이해온 이승환(49)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그를 평했다. “북쪽에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을 했을 때 신부님은 설득하다가 안되면 저쪽 약점을 들이밀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그분은 신부로서 독특한 개성에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영민해 통일운동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가. 그가 떠난 자리를 어떻게 메울지 걱정들이 많다고 한다. 조성우(56) 민화협 상임의장은 “워낙 탁월한 협상가를 보내게 돼 걱정”이라며 “김 신부가 로마에 가서도 남북관계 개선이나 통일문제에 기여할 방법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28일 밤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열리는 ‘김종부 신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종사모)’때까지는 뭔가 대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글 이상기 기자 amigo@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