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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름없는 386들’ 새로운 진보 싹 키운다

등록 2006-02-17 18:33수정 2006-02-17 18:39

지난 11일 오후 한양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멀티미디어실에서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회원들이 창립발기인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 새사연
지난 11일 오후 한양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멀티미디어실에서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회원들이 창립발기인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 새사연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4월 본격활동 나서

학생·노동운동 출신 30, 40대 생활인 주축
NL-PD 연합 정책대안 생산 자양분으로

진보개혁진영의 새로운 ‘씽크탱크’를 표방하는 집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세교연구소(<한겨레>1월7일치 15면), 좋은정책포럼(<한겨레> 1월14일치 〃), 희망제작소(<한겨레>1월21일치 〃) 등이 대표적이다. 이 단체들과 성격을 달리하는 또하나의 대안연구집단이 탄생한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하 새사연)이다.

‘생활인의 연대를 통한 진보적 대안 생산’을 목표로 내건 새사연은 오는 4월9일 창립식을 연다. 지식인 중심의 다른 연구소들과 달리 80년대 학생운동 출신의 생활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386 세대의 새로운 결집’이라 부를만하다. 이미 지난 11일 창립 발기인대회를 가졌다.

박경서 인권대사(이사장), 손석춘 <한겨레> 기획위원(원장), 박세길 전 전국연합 정책위원장(부원장) 등이 새사연을 대표하는 지도급 인사다. 그러나 새사연의 ‘실체’를 말해주는 것은 따로 있다. ‘386 정신의 참된 계승과 발전’을 꿈꾸며 회원으로 참여한 30-40대 시민들이다.

창립발기인 100여명 가운데 30대가 35%, 40대가 48%를 차지한다. 80년대 초중반 학번으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경험한 뒤, 지난 10여년간 생업의 현장에 묻혀 각 분야에서 중견의 자리에 오른 30대 후반, 40대 초반이 새사연 회원의 전형이다.

홍기빈 새사연 경제팀장은 87학번이다. 대학시절 문화운동을 하다 뒤늦게 유학길에 올라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권경애 새사연 통상팀장은 83학번이다. 학생운동·노동운동을 거쳐 국제통상전문 변호사가 됐다. 발기인에 참여한 한 현직 고등학교 교사는 85년에 대학에 입학해 90년대초에 ‘조직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뒤 교육현장에 발을 담았고, 또다른 85학번 회원은 무역회사를 경영하면서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에 나란히 평당원으로 가입해 정치개혁을 꿈꾸어왔다.

“정치권을 통해 화려하게 부각된 이른바 386 인사들이 많은 실망을 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젊은 날의 깨끗한 뜻을 가슴에 품고 견실하게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뜻을 합한다면 진보의 새로운 싹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생활을 거친 우리가 현실에 기반해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386 세대의 마지막 역할이라고 봅니다.” 정희용 새사연 미디어센터장의 설명이다.


연구소 활동의 뼈대도 이들 ‘이름없는 386’에게 맞춰져 있다. 모든 회원들은 노동·농민·청년·교육·보건의료·남북 등 의제별 분과에 소속된다. 정기 분과모임을 통해 생활에서 체험한 문제와 의제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를 토대로 상근연구원들이 본격적인 대안정책을 마련한 뒤, 다시 분과별 토론회를 거쳐 완성한다. 현재 12명의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연구소에서 분야별 책임을 맡고 있다.

386세대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엔엘(NL)-피디(PD)’의 대립구도다. 연구소 쪽은 이 대목까지도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자양분으로 삼겠다고 공언한다. 80-90년대 필독서였던 <다시쓰는 한국현대사>의 지은이 박세길 부원장은 대표적인 엔엘 이론가로 꼽힌다. 반면 연구소 이사로 참여한 박승흡 <매일노동뉴스> 발행인은 피디 성향의 노동운동가다. 손석춘 원장은 “엔엘과 피디의 연합을 추구하고 있다”며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생산해 이를 통해 현실을 바꾸는 과정이 진보운동의 단결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의 본격적인 활동은 4월부터 시작된다. 정책대안을 대중에게 알릴 웹사이트 ‘이스트 플랫폼(www.eplatform.or.kr)이 이때 선보인다. 연구소의 첫번째 중점 과제로 삼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대한 정책대안도 4월을 전후해 외부에 발표할 예정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시민들이 일상서 정치 펼수있는 문화 조성”

‘새사연’ 정명수 이사

새사연의 실체를 대표할만한 또다른 인물은 정명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경제분과위원장이다. 새사연의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1988년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맡았고, 같은해 전대협 의장 권한대행을 지냈다. 당시 판문점 남북학생회담을 추진한 주역이었다. 이후 2년동안 노동‘현장’에서 운동을 이어가다가, 벤처사업에 뛰어들었다. 세종네트워크를 설립하는 등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에게 386 세대가 다시 결집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 이미 다른 연구소들이 많다. 특별히 386 세대를 염두에 둔 씽크탱크를 만들게 된 이유가 있나

=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 때 10만명이 거리로 나왔다. 그 대부분이 386 세대였다. 노 대통령을 지지하기 때문에 거리로 나온 게 아니었다. 70-80년대에 이룩한 민주주의가 눈 앞에서 후퇴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 마음들과 동력을 새롭게 모을 필요가 있다.

­ 정치조직이 아니라 연구소를 만든 이유는

= 90년대 내내 ‘담론’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었다.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이 ‘촉매’역할을 하긴 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한번 담론에 대한 관심과 이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여러 종류의 연구집단이 탄생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대단히 긍정적인 일이다. 결국 5년 뒤, 10년 뒤를 내다보는 집단이 우리 사회를 이끌 것이다. 그게 정당연구소일수도, 기업연구소일수도 있다. 이 가운데서도 새사연은 ‘생활인’들의 연구소를 표방한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정치를 펼 수 있는 설계도와 문화를 만들려고 한다. 이를 토대로 그동안의 관성에서 벗어난 새로운 정치세력, 새로운 진보개혁의 영역을 만들 필요가 있다.

­ 엔엘-피디의 대립구도가 연구소 구성에 어떤 영향을 줬나

= 흥미롭게도 두 진영을 대표할만한 분들이 두루 참여하고 있다. 회원들의 술자리에서 나온 이야기지만, 지난 20년간 두 세력이 각각 운동을 해왔는데도 지금까지 국가권력운영에 대한 그림을 못 그렸다는 점에서 똑같이 무능력을 드러냈다고 본다. 특히 90년대 진보운동의 주류를 차지했던 엔엘 그룹이 국내 경제체제 영역에 소홀했던 것은 문제다. 앞으로 연구소가 내놓을 여러 정책대안을 통해 이런 잘못을 잡아갈 것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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