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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정본·정역으로 바로 세운, 풀뿌리 씹는 처세담

등록 2022-02-18 05:00수정 2022-02-18 10:39

[한겨레BOOK] 잠깐 독서

채근담
홍자성 지음, 안대회 옮김 l 민음사 l 2만8000원

“도덕을 지키며 사는 사람은 한때에 적막하고/ 권세에 기대고 빌붙는 사람은 만고에 처량하다. (…) 차라리 한때의 적막함을 견딜지언정/ 만고에 처량할 길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채근담> 제1칙의 ‘청언’은, 팔지 못할 것을 팔고 누리지 못할 것을 누리는 이들을 들어 도리와 도덕, 진실과 양심을 일깨운다. 이 책의 가르침은 이렇게 날카롭거니와 다음과 같이 기댈 언덕을 내어주기도 한다. “(…) 농염하게 피었다가 일찍 사그라드는 꽃은/ 담담하게 오래가는 나무에 미치지 못하고/ 일찍 자란 과일은 늦게 익은 열매만 같지 못하다.”(전집 222칙) 봄철 만개하는 복숭아꽃과 오얏꽃에 소나무와 측백을 견주고, 배와 살구가 떨어진 뒤에나 물드는 등자(오렌지)와 귤을 내보여, “담담하더라도 오래가고, 더디더라도 끝내 이루는 성취가 더 소중하다”(안대회 해설)고 도닥인다.

처세와 수신의 고전이자 동양의 아포리즘으로 사랑받아온, 우리나라에서는 1915년 <매일신보> 연재에 이어 1917년 만해 한용운이 번역 소개하고 1959년 청록파 조지훈이 번역한 뒤로 여러 번역서, 선집 등이 나온 <채근담>을, 이번에 한문학자 안대회가 평역하여 정본을 냈다. 이번 책이 특별한 것은, 논란이 적잖던 저자 홍자성을 좀 더 명확히 규명하여 <채근담>이 “명청 시대 가장 왕성한 상업 문화를 꽃피운 휘주의 사업 경영과 사회 분위기에서 출현한 잠언집”임을 드러낸 데 있다. 혼란스럽던 기존 역서 등에 견줘 이번 평역은 “초간본을 저본 삼아, 청담본·합벽본·청간본을 교감하여 정본을 만들고 이를 대본으로 번역하고 주석과 해설을 보태” 다시 세웠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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