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영국 국립공원 레이크 디스트릭트(호수 지구)를 산책하는 사람. 위키미디어 코먼스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공경희 옮김 l 더퀘스트 l 1만7500원 영국의 역사학자 데이비드 빈센트(오픈 대학교 명예교수)가 쓴 <낭만적 은둔의 역사>는 원제(‘고독의 역사’)에서 짐작되듯 외로움과 고독의 역사를 훑는다. 대체로 18세기부터 21세기 현재까지 영국의 사례와 맥락을 다루지만, 그 함의는 영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1791년에 번역본이 나온 스위스 철학자 요한 게오르그 치머만의 책 <고독에 관하여>에서 논의가 출발한다. “18세기 가정과 사회에서 개인이 혼자 있고 싶어하는 다양한 상황을 탐구”한 이 책에서 치머만은 건강한 고독을 ‘자기 회복과 자유롭고자 하는 경향’으로 정의한다. <낭만적 은둔의 역사>는 산책, 여가활동, 취미 등으로 나누어 영국인들이 고독을 확보하고자 동원했던 여러 방법을 소개하고 그것들의 변모 양상과 현대적 형태를 추적한다. 낭만주의 시인 워즈워스의 작품 무대인 레이크 디스트릭트(호수 지구)는 도시의 많은 독자들을 산책에 나서도록 부추겼다.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런던 시내 구석구석을 배회함으로써 “런던의 복잡한 사회경제적 구역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177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여행 안내서와 지도가 산책자들을 크게 도왔다. 바이런의 연작 시집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1812)와 셸리의 <얼래스터, 고독한 영혼>(1816)은 산책과 방랑을 향한 독자들의 갈망을 대신 충족시켜 주었다. “19세기에 도보는 고독을 경험하는 가장 평범한 수단이었다.” 지은이는 이어서 카드 게임, 우표 수집, 바느질, 낚시, 원예, 독서, 십자말풀이, 흡연 등 고독의 다른 방식들을 소개하고, 수도원과 감옥, 병원처럼 혼자 있는 공간들이 고독과 맺는 관계도 살펴본다. 20세기로 넘어오면서는 라디오와 텔레비전, 영화, 워크맨 등 기술 발전으로 가능해진 새로운 고독의 방식들이 등장하며, 그것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같은 21세기적 형태로 이어진다. 이 책에서 외로움과 고독은 분명히 구분된다. 외로움이 단지 부정적인 상태일 뿐이라면, 고독은 황동규 시인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가치를 담고자 고안한 말 ‘홀로움’에 가깝다. “개인은 자유롭게 고독한 상태로 들어가고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지은이는 18세기에나 21세기에나 고독의 가장 믿음직한 동반자가 책과 자연이라는 사실 또한 책 말미에서 거듭 강조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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