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치열하게
이창복 지음 l 삼인 l 1만7000원 “빨갱이 소리를 아무래도 덜 듣게 되더군요.” 국회의원(16대 새천년민주당)으로 의정 활동을 단 한 번 하고 정계 은퇴 선언을 한 이창복 선생이 2000년 당선 후 지겹도록 들은 질문은 예상 밖이었다. “반평생 재야에만 있다가 배지 달고 좋아진 게 무엇이냐?”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질문에 그는 ‘웃픈’ 답으로 응수했다. 평생 그를 따라다녔던 ‘빨갱이’란 프레임은 한국현대사의 질곡이자 민주화의 걸림돌이었다. 민주 인사들의 탄압의 도구였으며 우리 사회 퇴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기제였다. 그 세월을 오롯이 견뎌낸 민주화운동 원로가 “지나온 평생을 돌아보면서 정리할 때가 되었다”며 회고록을 냈다. 1938년생인 그는 1965년 쌍다리 자활대로 대중사회운동을 시작한다, 당시 원주에는 두 개의 다리, 쌍다리가 있었다. 그 밑에는 넝마주이와 아편쟁이들이 모여 살았는데, 그가 눈여겨본 이들은 10대 넝마주이. 50~60명 아이들이 ‘형’(왕초), 벌이꾼, 걸꼬마 등 조직체계를 갖추고 ‘까바리’(깡통)를 들고 ‘걸밥’을 구하러 다녔다. 일찌감치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야학을 꾸렸지만, 이내 한계를 절감한다. 그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하는 삶만이 답이라고 판단했다.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는 법. 그때를 “인생사에서 가장 강렬하고 특별한 한때”라고 그는 고백한다. 이후 그는 가톨릭노동청년회, 민통련, 전민련, 전국연합 등 재야단체에 몸담으며 70~90년대 노동운동, 통일운동 등을 이끈다. 여러 차례 투옥되는 등 고초를 겪었지만, 시대의 부름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조응했던 그의 개인사는 한국현대사의 또 다른 기록이자 이 땅 민중의 미시사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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