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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돌봄은 왜 여성들의 몫이어야만 하나

등록 2022-03-18 04:59수정 2022-03-18 09:54

[한겨레BOOK]

돌보는 마음
김유담 지음 l 민음사 l 1만3000원

2020년 신동엽문학상 수상작인 김유담의 첫 소설집 <탬버린>은 지방 소도시 출신 여성들의 힘겨운 서울 입성기를 담아 주목을 받았다. 그 책으로부터 불과 2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소설집 <돌보는 마음>은 대체로 그 여성들의 다음 이야기를 그리는데, 그 중심에 자리한 것이 돌봄이라는 행위다. 여기 실린 중단편 10편에서 여성들은 육아와 가족 부양, 시부모 봉양, 고객을 상대하는 감정 노동 등 다채로운 돌봄 노동에 종사한다. 취약한 가족 및 사회 구성원을 누군가는 돌보아야 하지만, 그 부담이 왜 여성들에게만 쏠려야 하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다채롭게 변주했다.

지난해 제1회 김유정작가상 수상작인 중편 ‘안’에 책의 핵심 주제가 집약되어 있다. 소설은 화자인 ‘나’가 고향 큰엄마의 부음을 듣고 장례에 참석하면서 지난 시절을 떠올리는 한편 현재의 삶을 성찰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에게 큰엄마는 엄마나 마찬가지였는데, 기간제 교사에 이어 학원 원장 겸 강사로 바빴던 엄마를 대신해서 큰엄마가 어린 그를 돌보았기 때문. 큰엄마가 돌보는 사람은 어린 조카만이 아니다. 할머니와 큰아버지, 사촌오빠들, 막냇삼촌까지 “그 많은 식구들의 끼니와 빨래를 챙기고 집 안 청소를 하는 것은 오로지 큰엄마의 몫이었다.” 이런 큰엄마와는 사뭇 다르게, 무능력한 아빠를 대신해 가정 경제를 책임지고 있던 엄마는 여자도 능력을 지녀야 한다는 신조로 딸의 학업을 다그치고 진로를 챙겼다. “나는 큰엄마의 대가 없는 보살핌과 엄마의 무한한 기대를 받으며 자랐다.”

김유담 작가. 김준연 제공
김유담 작가. 김준연 제공

큰엄마의 희생적인 돌봄과 엄마의 독립·자존 철학 사이에 화자가 끼여 있는 형국인데, 결혼 이후 며느리를 지배하고 통솔하려는 시어머니의 존재는 화자의 고민을 더욱 깊게 한다. 급기야 남편은 제 어머니의 비위를 맞추고자 아내에게 일을 그만둘 것을 제안하고, 사태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젖이 잘 나오는 산모가 우등생 취급 받고 모유 수유를 못하면 열등생으로 치부되는 산후조리원(‘조리원 천국’), 베이비시터를 둘러싼 워킹 맘의 고민과 갈등(‘돌보는 마음’), 재택근무 하는 남편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고자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아내(‘내 이웃과의 거리’), 졸혼을 앞둔 여성과 노년에 결혼을 결심한 그의 시누이(‘태풍주의보’) 등 여성과 돌봄을 둘러싼 이 시대의 다양한 풍경들이 생각할 거리를 준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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