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김해자 지음 l 한티재 l 1만5000원 김해자(사진) 시인이 연고도 없는 농촌에 살면서 농사도 배우고 문학과 생태 강의를 해 온 지 어언 15년째다. 그의 새 산문집 <위대한 일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는 그가 농촌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에게서 배운 것들을 진솔하게 풀어 놓는다. 스스로 ‘변방’이라 표현하는 농촌의 일상이란 게 겉보기에는 별 볼 일 없을지 몰라도, 그 안에는 인간을 살리고 지구 생태계를 구할 지혜가 담겨 있다고 그는 믿는다. 책 제목이 그런 뜻을 담았다. 2020년에 낸 시집 <해피랜드>에 실린 시 ‘이웃들’은 병을 얻어 큰 수술을 받느라 한 달여 동안 집을 떠나 있다가 돌아온 시인을 맞이하는 이웃들의 조건 없는 환대와 보살핌을 보여준다. 아랫집 어머니는 시인을 꼬옥 안아 주며 말한다. “걱정 마라고,/ 우덜이 다 뽑아 김치 담았다고 얼까 봐/ 남은 무는 항아리 속에 넣었다고”. 앞집 어머니와 옆집 어머니도 기웃하더니 “둥근 스뎅 그릇 속 하얗고 푸른 동치미와 살얼음 든 연시와 아랫집 메주가” 순식간에 평상에 놓인다. 시인은 “저 노동과 환대와 우정을 먹고 제 몸이 차차 나아지고 있”다며, 그렇게 시적인 삶 혹은 시적인 태도로 나와 이웃과 세상을 만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시인이 아니겠냐고 묻는다. “문 두드려서 나가 보면 하얀 보자기에 든 밥솥 들고 서 있고, 문 두드려 나가면 청국장 거의 다 끓었다고 서 있고, 나가 보면 물김치 통 놓고 가는 동네 언니들과의 우정이 저를 여기까지 이끈 것 같아요.”

이효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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