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미국 장애운동 주역의 자서전
차별에 맞선 주디스 휴먼의 삶
소송·점거 등 운동에서 행정까지
모든 장애인권운동이 걸어온 길
미국 장애운동 주역의 자서전
차별에 맞선 주디스 휴먼의 삶
소송·점거 등 운동에서 행정까지
모든 장애인권운동이 걸어온 길

1977년 연방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에게 시민으로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한 ‘재활법 504조’ 투쟁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주디스 휴먼의 모습. 사계절 제공

장애 운동가 주디스 휴먼 자서전
주디스 휴먼·크리스틴 조이너 지음, 김채원·문영민 옮김 l 사계절 l 1만7000원 1964년 미국 시민권법은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 국가에 근거한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했으나, 장애는 미처 담지 못했다. 법적으로 장애인이 어떤 차별도 받지 않을 시민으로 선포되기까지는, 미국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이 제정될 1990년까지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60년대 시민권 법제화 과정이 그랬듯 장애 인권 법제화에도 지난한 투쟁이 있었다. 수많은 장애인들이 길을 막거나 바닥에 드러눕고, 계단을 기어오르고, 굳게 닫힌 문이 열릴 때까지 휠체어로 들이받아야 했다. <나는, 휴먼>은 미국 장애운동의 역사를 대표하는 활동가 주디스 휴먼(75)의 자서전이다. 생후 18개월에 소아마비를 앓고 손과 팔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휴먼은 1970년 장애인이란 이유로 교사 자격을 내어주지 않은 뉴욕시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승소하면서 뉴욕 최초의 첫 장애인 교사가 됐다. 그는 미국장애인법이 제정되는 데에 결정적인 길을 놓은 1970년대 ‘재활법 504조’ 투쟁에서 샌프란시스코 연방정부 건물을 24일 동안 점거하는 시위를 주도하는 등 줄곧 장애운동의 최전선에 섰고, 1980년에는 국제적 장애인 단체인 세계장애인기구(WID)를 공동 설립했으며, 1990년대에는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세계은행 등에서 장애 관련 정책을 다루는 행정가로 일했다. 한마디로 장애 인권 문제를 처음 제기하고, 그와 관련된 법을 만들고, 현실 속에서 그것이 실현되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 전체로 투쟁한 사람이다. 휠체어를 타는 휴먼은 한평생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계단과 턱뿐 아니라, ‘화재 위험 요인’이라며 입학을 거부당하거나 홀로 비행기 탑승을 거부당하는 등 끝도 없는 장애물들을 맞닥뜨려야 했다. 시민권 운동과 함께 성장한 휴먼과 그의 세대는 결코 장애를 ‘고쳐서 해결되는 의료적 문제’라거나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 등으로 보지 않았다. “장애는 누군가에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사회가 이러한 삶의 진실을 중심으로 인프라와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으로, 휴먼은 차별과 배제의 벽을 하나씩 무너뜨렸다. 장애인의 교사 자격을 놓고 뉴욕시 교육위원회에 승소한 일은 대중적으로까지 알려진 그의 첫 투쟁이다. 훗날 임신 중지 합법화 논의에 선구적 역할을 한 변호사 로이 루카스, 연방 법원에 임명된 최초의 흑인 여성 판사 콘스턴스 베이커 모틀리 등이 이 소송에 등장하기도 하는데, 여기선 시민권이 장애를 통해 제 모습을 다듬어가는 어떤 상징성도 엿보인다.

1977년 연방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에게 시민으로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한 ‘재활법 504조’ 투쟁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주디스 휴먼의 모습. 당시의 장애 인권 운동과 주디스 휴먼의 모습은 2020년작 다큐멘터리 영화 <크립 캠프: 장애는 없다>에도 잘 담겨 있다. 영화 화면 갈무리

전국장애인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지하철 2호선 서울시청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 미이행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식 사과와 장애인 이동권 완전보장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미국 장애 인권 운동의 주역이자 클린턴·오바마 정부에서 행정가로도 일했던 주디스 휴먼(75)의 모습. 사계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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