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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만 희생해야 하나?” 월성원전 주민들의 질문

등록 2022-04-08 04:59수정 2022-04-08 09:45

[한겨레BOOK]

원전 마을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의 투쟁 이야기
김우창 지음 l 한티재 l 1만1000원

매주 월요일 아침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서는 상여가 운구된다. 2014년 8월25일 이후로 9년째다. ‘월성원전 인접 주민 이주대책위원회’가 벌여온 시위다. 대책위 주민들은 애초 72가구였지만, 이제 10가구 남았다. 적게는 대여섯 명에서 많게는 스무 명가량이 “눈이 오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나 비가 내리는 날에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처럼” 농성장에 나온다.

<원전 마을>은 전기와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민주적이고 불평등한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활동가이자 연구자인 저자가, 월성핵발전소 부근 마을에 8개월여 동안 머물며 보고 들은 기록이다. 이 책에는 “월성핵발전소 근처에 사는 주민 중 누가, 언제, 왜, 어떻게 이주대책위를 만들어서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을 대상으로 이주를 요구하게 되었는지” 정리돼 있다.

핵발전소는 안전한데 주민들의 ‘감성적 불안’이 문제라는 일부의 주장을, 저자는 직접 주민들을 살펴보며 확인한다. 저자가 경험한 주민들의 투쟁은 “감성적인 것, 무지한 것 혹은 비전문가의 근거 없는 불안이 아닌, 그들이 매일 매순간 맞닥뜨려야 하는 위험과 불신 그리고 몸에 새겨진 질병 등 구체적인 현실에 근거한 싸움”이다.

이 책 제목은 원래 <간절히 바라옵건대, 이주>였다.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이주’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한수원 가짜 부품 사건, 경주 지진, 삼중수소 검출 논란 등을 겪고 갑상선암 등 질병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그저 다른 데서 살게 해달라고 요구할 뿐이다. 그들의 이런 간절한 바람은, 전기 없이 살 수 없는 우리의 양심을 무겁게 짓누른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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