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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문학의 경계 넘어 미리 만나는 새로운 세계

등록 2022-04-08 04:59수정 2022-04-08 10:06

초월하는 세계의 사랑
우다영·조예은·문보영·심너울·박서련 지음 l 허블 l 1만 3000원

‘허블 초월 시리즈’의 첫 책 <초월하는 세계의 사랑>에는 출간 예정인 소설들의 세계관과 연결된 다섯 편의 프리퀄(특정 작품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내용을 다루는 작품)이 실렸다. 김초엽 작가의 등장 이후 한국 문학의 기존 질서는 변화를 겪기 시작했고, 2022년에 이르러 에스에프(SF)는 한국의 젊은 세대가 가장 많이 읽고 쓰는 문학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출판사는 진단하며, 다섯명의 젊은 작가에게서 “기존 문학이 가지고 있던 장르 질서와 경계를 초월하는 새로운 에스에프” 작품을 모아들였다. 또 ‘시공간의 초월’에도 의미를 두었는데, “아직 존재하지 않은 장편 에스에프에 대한 속편”으로 “미래에만 존재했어야 할 세계가 시공을 초월해 현재에 도달한 것”이라고 출판사는 밝혔다.
지난 5일 열린 &lt;초월하는 세계의 사랑&gt;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작가들. 조예은(왼쪽부터), 우다영, 박서련, 문보영. 허블 제공
지난 5일 열린 <초월하는 세계의 사랑>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작가들. 조예은(왼쪽부터), 우다영, 박서련, 문보영. 허블 제공

다섯 작가의 작품은 각각 다른 세계를 그리고 있음에도 동일한 정서를 경험하게 한다. 소설에 펼쳐낸 세계와 인물들의 삶에 내재된 ‘불안’이 소설집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 예지자들이 모여 예지 인공지능을 만드는 우다영의 ‘긴 예지’에선 예지라는 단어가 주는 안도감이 아니라 미지의 시공간을 서성이는 당혹감을 맞닥뜨리게 된다. 버리는 것들을 다 먹어치우는 호수가 중심이 되는 조예은의 ‘돌아오는 호수에서’는 인간이 버린 것들이 뭉키고 엉켜 만들어낸 종말의 양상을 마주할 때 서글픈 감정을 전한다. 문보영의 ‘슬프지 않은 기억칩’에는 사람의 기억을 모태로 만들어진 에이미라는 의료 로봇이 등장하는데, 마음이란 단어를 이해할 수 없는 로봇이 같은 토대에서 생성된 로봇들과 함께 기억을 구축해나가는 모습이 공허함과 애잔함을 불러온다. 운석이 떨어진 뒤 바이러스에 감염돼 괴물이 된 사람들이 겪는 차별과 배제의 시선을 일상적 삶 속에 녹인 심너울의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와 범우주연합 시대에 한국으로 여행 온 외계인과 화자인 여행사 직원이 겪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함께 감각하는 박서련의 ‘이다음에 지구에서 태어나면’에선 에스에프적 상상력 위에 현실적 상황이 서늘한 조화를 이룬다.

소설에 펼쳐진 세계와 미래가 희망적인 색채를 품고 있지 않기에 울적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닥쳐오는 재앙 앞에서 각각의 존재가 내보이는 순정한 결정체들, ‘사랑’이라 통칭할 수 있는 감정이 작용하는 순간들에서 다기한 ‘초월’의 감각을 맛볼 수 있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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