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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동아시아 문화권’을 한눈에 넣는 고대사 연구

등록 2022-04-08 04:59수정 2022-04-08 10:24

고대 동아시아의 민족과 국가
이성시 지음, 이병호·김은진 옮김 l 삼인 l 3만7000원

재일한국인 역사학자 이성시(70) 일본 와세다대학 교수는 동아시아 고대사 영역에 강하게 투영되어 있는 ‘민족사’에 대한 근대적인 욕망을 해체하고 ‘동아시아 문화권’이란 관점을 구축하는 데 힘써온 학자다. <만들어진 고대>(2001) 등의 대표작과 한반도 목간 연구의 성과 등은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이성시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1998년에 썼던 <고대 동아시아의 민족과 국가>가 번역 출간됐다. 지은이가 줄곧 천착해온 고대 동아시아 지역 여러 민족의 이동과 국가 형성 과정의 역동성에 대한 전체적인 틀이 정밀한 실증 연구와 함께 이 책에 담겨 있다.

재일한국인 역사학자 이성시 일본 와세다대 교수.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재일한국인 역사학자 이성시 일본 와세다대 교수.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지은이는 “권역의 형성이라는 시점을 통해 동아시아 여러 민족의 역사를 재구축하려는 시도”를 편다. 핵심 사건은 한나라의 낙랑군 설치다. 한무제는 기원전 108년 위씨조선을 멸망시키고 한반도 북부에 낙랑군 등 4군을 설치했는데, 기존 ‘일국사’ 관점에서 낙랑군은 민족 형성을 억압하고 독자적인 발전을 저해한 요소 정도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광역사’의 관점에서는 “이와 동시에 동아시아 여러 민족들이 압도적인 격차가 있는 고도의 중국 문명과 적극적으로 접촉하면서 이를 수용해가는 ‘문명화’의 일면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평가”한다. 낙랑군에서 비롯한 중국 문명과의 본격적인 만남이 동아시아 지역의 ‘문명화’, 대표적으로 7세기 말에서 8세기 초에 걸쳐 동아시아 3국(신라·발해·일본)에서 ‘율령국가’ 체제가 수립되는 데 영향을 줬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1990년대 평양시 낙랑구역 정백동 364호분에서 출토된 &lt;논어&gt; 죽간의 사진. 전한시대 원제 때 작성된 호구부와 같은 공문서도 함께 발굴돼, 무덤의 주인은 낙랑군부 소속의 관리로 추정된다. 죽간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위·아래·중간 부분에 끈으로 묶어서 썼던 흔적이 남아 있어, 중국 허베이 정주한묘에서 출토된 기원전 55년께 만들어진 &lt;논어&gt; 죽간과 같은 계통의 판본으로 여겨진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 제공
1990년대 평양시 낙랑구역 정백동 364호분에서 출토된 <논어> 죽간의 사진. 전한시대 원제 때 작성된 호구부와 같은 공문서도 함께 발굴돼, 무덤의 주인은 낙랑군부 소속의 관리로 추정된다. 죽간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위·아래·중간 부분에 끈으로 묶어서 썼던 흔적이 남아 있어, 중국 허베이 정주한묘에서 출토된 기원전 55년께 만들어진 <논어> 죽간과 같은 계통의 판본으로 여겨진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 제공

무엇보다 주목하는 것은 다양한 민족 집단의 이동 양상과 국가 형성 과정에서의 상호 작용이다. 예컨대 고구려는 “연(燕)과의 대립·항쟁 속에서 부여계 유이민과 중국 망명자를 수용하거나 낙랑·대방 유민을 포섭해서 그들을 왕권 아래 조직함으로써 4세기부터 5세기에 걸쳐 왕권의 비약적인 신장을 이루었고, 고대국가 형성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다. 평양 지역으로 남진한 고구려는 한반도 지역의 다른 여러 소국들에 압박을 주었고, 이는 백제와 신라, 더 나아가 발해와 왜의 국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풀이다.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일각에선 “한국 고대의 내재적인 전개를 경시한다”는 식의 비판도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 지은이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 고대사의 역동감은 외부와의 관계 속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이런 관계 속에서 한국사의 개성적인 특징을 간파할 수 있다는 신념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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