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호한 정체성들
에티엔 발리바르·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김상운 옮김 l 두번째테제 l 2만5000원 마르크스주의를 비판적으로 쇄신하는 데 매달려온 정치철학자 에티엔 발리바르(80)는 ‘세계체제론’을 제시한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1930~2019)과 함께 1985~1987년 ‘인종’ 등을 테마로 세미나를 몇 차례 열었고, 1988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인종, 국민, 계급>을 썼다. 이 책은 30여년이 지났음에도 민족, 인종, 국민, 국가 등의 개념들이 더욱 모호하게 착종되고 있는 현실과 강하게 공명한다. 두 학자는 공통적으로 ‘현대 인종주의’에 대한 물음, 곧 보편주의를 앞세우는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왜 인종주의처럼 맥락이 달라 보이는 이데올로기가 존속하고 더욱 심화하느냐는 물음을 핵심으로 삼는다. 두 학자는 “부르주아적 이데올로기의 보편주의가 무엇보다도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의 형태를 취하는 위계와 배제의 체계와 양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며, 근대 자본주의가 어떤 위계와 배제의 체계를 통해 적대와 갈등을 만들어내는지 파고든다.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쇄신하고 재구성해온 프랑스 철학자 에티엔 발리바르(80).

‘세계체제론’으로 유명한 미국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1930~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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