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민음사)을 책상 위에 놓아두고 있습니다. 안대회 선생이 평역한 그 책입니다. 가끔 무작정 아무 데나 펼칩니다. 방금 만난 구절은 이렇습니다. ‘진실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이 있어야 사람 노릇 한다.’ 이런 마음이 없다면 ‘비렁뱅이’일 뿐이라는 가르침. 무엇을 하든 어떤 상황이든 진실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이 없다면, 삶의 주인이라 할 수 없을 테니, 빌어먹는 자라는 비유는 적절합니다. 비렁뱅이는 어떤 일을 하든 모두 ‘헛짓’이라고 <채근담>은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는 것은, 비렁뱅이가 되지 않으려는 행위입니다. 다른 이의 사유를 진실하고 정성스럽게 받아들여 나의 사유를 확장하는 일로서의 책읽기. 거기에는 진정한 자유가 있습니다. 아무리 부유해도 스스로 사유하지 못하면 걸인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자유로운 사유는 광활한 우주를 넘나들고 극초미세한 입자의 세계까지도 담아냅니다. 최소한 책을 읽고 사유하는 동안만은, 세계에 대한 최소한의 낙관은 지켜나갈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고통 속에서도 자유를 지켜나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한승헌 변호사가 남긴 말을 되짚어 봅니다. “정의는 한 번도 눈앞에 온전한 모습으로 확인이 되는 것이 아니고 항상 무지개처럼 멀리 쫓아가면서 추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2016년 3월30일 기독교방송 라디오) 정의란 온전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지속해서 추구해야 하는 목표일 뿐입니다. 정의뿐 아니라 삶 역시 그러하거니와 책읽기 또한 과정의 즐거움이 없다면 결과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느끼곤 합니다. 김현 선생이 말한바, 읽는다는 일의 고통스러움과 행복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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