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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세상의 멋진 일들은 지루함 덕분이야!

등록 2022-04-22 04:59수정 2022-04-22 09:18

지루함에 대한 감정 대해부
반갑지 않은 심심한 감정이
오히려 재밌는 일 만들기도
지루함도 즐겨보라며 응원

지루할 때 보는 책
가예 외쥬다마르 글, 셰이다 유날 그림, 베튤 튼클르츠 옮김 | 국민서관 | 1만3000원

“엄마, 나 뭐 하고 놀지? 심심해.”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딸아이가 옆에 와 저 말을 내뱉으면 긴장이 된다. ‘내 시간은 끝났구나’ ‘뭘 하면 재밌어할까’ ‘일단 간식을 먹여볼까’ 생각하다 아이가 흥미를 가질 만한 놀이를 제안해본다. “그림 그릴래? 보드게임 할까? 놀이터 갈래?”

터키 출신 작가가 쓴 <지루할 때 보는 책>은 이런 순간들을 포착한 책이다. 주인공은 따분하고 재미없을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지루해’다. 낙서처럼 종이에 펜으로 아무렇게나 끄적인 듯한 모양의 지루해는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 쉽게 커진다. 못마땅한 듯 팔짱을 낀다거나, 손으로 턱을 괴거나,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행동들 말이다. 어떤 소리나 말에도 커진다. “휴…” “아아…” “으음…” 같은 한숨 섞인 소리와 몸이 비비 꼬이는 행동이 나오면 지루해는 왕창 커진다. 집, 학교, 회사, 여행가는 길 등 장소나 시간 구애도 받지 않는다.

지루해가 점처럼 작아지는 방법은 다양한데 가장 효과가 좋은 건 노는 거다. “누구랑 놀까” “뭘 하면 좋을까” 상상하다 보면 창의적인 것들이 나온다. 예를 들어 평범한 끝말잇기를 말이 아닌 몸짓으로 하면 더 재밌어지는 식이다. 웃음소리가 커지고, 대화가 늘고, 사람들이 활기를 띠면 지루해는 슬며시 사라진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일지 모른다. 지루하기 때문에 새로운 무언가를 생각하고 찾는다. 상상력이 창의력의 시작이라면, 그 상상력을 낳는 건 지루함일지 모른다. 지루할수록 머리가 더 반짝일 수 있다니, 지루함의 반전 매력이랄까.

서문에서 재밌는 걸 발견했다. 어릴 때 “지루해” 라고 말하면 꼭 “청소하면 안 지루해”라고 대답했던 엄마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글귀다. 내가 딸아이에게 종종 하는 말이라 피식 웃음이 났다. 터키나 한국이나 아이들의 “지루해” 타령을 물리치는 가장 강력한 주문은 어쩌면 “청소해”일지 모르겠다. 초등 저학년 이상.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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