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시인 송경동. <한겨레> 자료사진

송경동 지음 l 창비 l 1만1000원 ‘투사 시인’ 송경동의 네번째 시집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에 실린 시들은 대부분 싸움의 현장에서 쓰였다. “자결한 수많은 이들의 영결식장에서/ 결연한 표정으로 추모시를 읽는 게/ 일상이기도 했지”(‘‘결’자해지’ 부분) 시집에는 유성기업 조합원 한광호의 자결, 삼성반도체 백혈병 희생자 황유미 추모제, 용산 철거민 참사 희생자 추모제, 세월호 참사 추모제, 백남기 농민 추도식,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영결식, 촛불 항쟁 소신공양 정원 스님 추모, 종로고시원 쪽방 희생자들 추모, 재야 투사 백기완 영결식 등에 즈음해 쓴 추모시들이 여럿 들어 있다. 전국노점상대회, 평화의 소녀상 건립,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30주년, 인권 운동가 박래군 석방 촉구 문화제, 한진중공업 노동자 김진숙 복직 등을 다룬 시들도 함께 들었다. 시의 말미에는 해당 사안에 관한 설명을 각주로 달아 놓아 시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죽은 자는 있는데/ 죽인 자는 없었다/ 사라진 자는 있는데/ 감춘 자는 나타나지 않았다”(‘가는 길 험난하여도’ 부분) “이 불의한 세상은/ 어떻게 세정해야 할까/ 어떤 방진복을 입어야/ 우리의 삶은 안전할 수 있을까”(‘다른 세계를 상상하라’ 부분) 치열한 싸움과 비통한 애도의 현장에 온몸을 던져 참예하며 그는 슬픔과 분노를 변화의 질료로 삼고자 한다. 때로는 “부디/ 우리가 치워야 할 쓰레기가/ 당신들이 아니길 바랍니다”(‘청소용역노동자들의 선언’ 부분)라며 결기를 드러내거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지만(‘목소리에 대한 명상’), 그의 바탕에는 어디까지나 시인의 심성이 깔려 있다. 그의 시 ‘혜화경찰서에서’를 떠오르게 하는 다음 작품을 보라. “그런 나는 아직도 반성하지 않고/ 어디엔가 더 깊이깊이 연루되고 싶다/ 더 옅게 엷게 연루되고 싶다//(…)/ 이젠 선선한 바람이나 해 질 녘 노을에도/ 가만히 연루되어보고 싶다”(‘연루와 주동’ 부분) 이번 시집의 표제작 역시 싸움과 시 쓰기를 병행하는 시인의 딜레마와 각오를 보여준다. 얼핏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제안들을 내놓을 때마다 그는 투쟁 동료들의 이견에 맞닥뜨렸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꿈을 꾸겠다고 다짐한다. “꿈꾸는 소리 좀 그만하라는 질책과/ 비웃음을 듣곤 했지만/(…)/ 나는 계속 꿈꾸는 소리나 하다/ 저 거리에서 자빠지겠네”(‘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부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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