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그믐날 밤
방정환 글, 허구 그림 l 길벗어린이 l 1만8000원
소파 방정환이 쓴 동화가 어린이날 100돌을 맞아 그림책으로 다시 나왔다.
<4월 그믐날 밤>은 1924년에 발간한 잡지 <어린이>에 실렸던 창작동화다. 방정환 선생은 초기 어린이날 기념행사를 한 데 이어, <어린이>를 창간해 다양한 동화를 소개했다. 그 가운데 하나인 <4월 그믐날 밤>은 어린이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았던 시절,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어린이날 축제를 기다리는 당대의 설렘을 그대로 전달한다.
“날만 밝으면 좋은 세상이 온다고 그들은 모두 새 옷을 입고 큰 잔치 준비를 바쁘게 하는 중이었습니다.” 독창을 맡은 꾀꼬리가 목병이 났다는 참새의 말에 애가 탄 꽃들은 “약으로 잡수어 보라”고 좋은 꿀을 한 그릇 담아 보낸다. 드디어 5월 초하루. “날이 채 밝기도 전에 벌써 종달새가 하늘에 높이 떠서 은방울을 흔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참새가 벌써 큰 북을 짊어지고 왔습니다.” “5월 초하루는 참말 새 세상이 열리는 첫날이었습니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소파 방정환의 창작동화 <4월 그믐날 밤>. 허구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길벗어린이 제공
이 책은 원작의 입말을 살리고 동화를 재해석한 허구 작가의 그림을 실어 읽을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하다. 그림책은 “한지에 현대적인 콜라주 작업을 더하며 예스러움과 모던함이 공존했던 1920년대 특유의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고 출판사는 소개했다. 또 꾀꼬리가 개구리가 모는 인력거를 타고 나오는 등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묘사도 흥미롭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소파 방정환의 창작동화 <4월 그믐날 밤>. 허구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길벗어린이 제공
깊이 있는 해설을 실어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다. 오랫동안 방정환 선생을 연구해온 장정희 방정환연구소장은 “1920년대 우리나라 초기 동화 중 가장 아름답고 독특한 색채를 보여주는 책”이라면서 “스스로 주체가 되어 활동하고 서로 도와가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며 춤과 노래, 음악 속에서 자유롭게 기쁨을 느끼는 어린이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다. 1920년대 일제 강점기라는 암담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어린이날을 통해 억압으로부터 어린이를 해방시키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전 연령.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