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문장들: 깊은 내면에서 울려오는 목소리
홍성광 엮고 옮김 l 마음산책 l 1만 5000원
헤세의 책 읽기와 글쓰기
홍성광 편역 l 연암서가 l 1만 5000원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헤르만 헤세 지음, 김지선 옮김 l 뜨인돌 l 2만 2000원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 등 빛나는 작품을 쓴 헤르만 헤세와 좀 더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책들이 나란히 출간됐다.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헤세의 책 읽기와 글쓰기>는 서로 교집합을 이루면서 헤세의 글들을 각각 엮었는데, 아름다운 문체와 섬세한 묘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가인 만큼 이 책들을 통해 잠시 그의 문장을 깊이 머금어보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은 헤세의 삶에서 중요하게 여겨진 “자연과 정원 가꾸기, 여행, 책의 세계와 글쓰기, 삶의 지혜, 사랑과 우정, 내면”이라는 여섯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그의 소설, 시, 에세이 등의 저작물과 미공개 편지 등을 망라해 빛나는 문장들을 추렸다. 책의 첫머리에 그의 생애가 간략히 소개되는데, 학업이나 결혼, 가족들과의 관계 등에서 모두 평탄하지 않았던 헤세의 삶을 인지하며 만나는 문장들은 다양한 감흥을 전한다.
<헤세의 책 읽기와 글쓰기>는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을 엮고 옮긴 홍성광이 편역한 책으로, 1900년부터 1960년 사이 책 읽기와 글쓰기에 관련된 헤세의 글을 1987년 주어캄프에서 나온 전집에서 모으고, 전집에 수록되지 않은 것은 <책의 세계>에서 보충해 엮었다. 독서가로서, 또 작가로서 헤세가 책 읽기와 글쓰기를 주제로 펼쳐낸 생각들은 그의 대표작의 메시지를 새삼 다시 떠올려보게 한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는 2006년 출간된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의 개정판이다. ‘헤세는 위대한 작가이기 이전에 근면한 독자이며 욕심 많은 장서가이자 뛰어난 서평가’였다고 책은 소개하는데 책과 독서에 대한 소신이 분명히 드러나는 글들에서 그의 “애서가이자 탐서가로서의 모습”을 확인해볼 수 있다.
셋 중 어느 책을 집어 들어도 일관된 메시지에 닿는다. 몰입하지 않고 많은 책을 마냥 읽기만 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단 한 권을 읽더라도 세심하고 예민한 감각으로 음미하며 자기 내면의 세계로 깊숙이 나아가는 경험의 중요성을 헤세는 일깨운다.
“이른바 거창하고 신성한 모든 것은 일단 제쳐두고, 대신 사소한 일, 당장에 맡은 일에 성심을 다하는 것”(<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에 의미를 둔 헤세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작품을 읽을 때 내면의 가치가 고양되며 느꼈던 담백한 기쁨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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