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상식’은 대체로 힘이 있는 사람들이 앞세우는 말입니다. 진보나 보수, 좌파나 우파 등 고정된 ‘좌표’에 붙들리기 싫어하거나, 자신이 중립적이라고 강조하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씁니다. 이 말 속에는 대중이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믿음, 그리고 그처럼 확실한 것이라면 이를 추구하는 데 결코 딴죽을 걸어선 안 된다는 위협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여기저기 갖다 붙이기 좋은 개념이라 상식이란 말의 ‘인플레이션’은 꽤 심한 편인데, 새 윤석열 정부는 특히나 이 말을 좋아하는 듯합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공정, 자유, 정의, 팩트, 반지성주의 같은 다른 보조적인 말들이 이 핵심적인 말을 감싸며 하나의 뭉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미국 역사학자 소피아 로젠펠드는 <상식은 어쩌다 포퓰리즘이 되었는가>(부글북스)에서 상식이란 개념의 탄생과 역사를 톺아보고, 현대 정치에서 우파들이 이 말을 정치적 무기로 삼게 된 맥락을 짚은 바 있습니다. “상식은 우리 모두가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돕지만 동시에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말과 우리가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람들을 제한한다”는 그의 지적에는, 숱한 갈등이 내재된 사회의 복잡성과 다원성을 상식이라는 말을 통해 단 한 방향으로 수렴시키려는 포퓰리스트들의 전략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습니다. 추상적인 상식에 끌려다닌다면 잘 보이지 않을 현실 속 고통과 슬픔들을 포착하기 위해, 우린 더욱 의도적으로 “상식 밖”에 머물러야 하지 않을까요. “글쓰기는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말 역시 이런 뜻이 아닐까 나름대로 새겨봅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지난해 6월 전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며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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