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근대미술의 이단자들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l 연립서가 l 1만9000원 “공포, 불안, 비탄, 절망과 (어렴풋한) 희망”은 2000년부터 도쿄경제대학에서 인권론과 예술론을 가르쳐온 서경식 교수(2021년 정년퇴직)가 시대 표지자로서 줄곧 붙들어온 감정들이다. ‘1971년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된 두 형(승·준식)의 구명과 민주화 운동을 펼친 디아스포라’는 그의 길고 오래된 예명이다. 근래 저 감정은 짙어져 보였고, 중대 이유로 작동했던 코로나 팬데믹을 관통하며 더 응축된 ‘오감’의 시선이 이번 출간된 <나의 일본미술 순례 1>이라 할 만하다. 1920~1945년 일본은 자유, 민주로 잠시 화창했으나, 이윽고 지진, 역병, 통제, 전쟁으로 내내 어두웠다. 서 교수가 꼽은 근대미술가 7명은 당대 주류화단에선 멀지언정, 거듭 전쟁과 코로나의 2022년마저 감각시키는 예술의 본령에 가까이 있다. <두개골을 든 자화상>(1923)을 그린 나카무라 쓰네, <러시아 소녀>(1928)를 남긴 사에키 유조, <갱부>(1907)를 조각한 오기와라 로쿠잔, 반전예술가 마쓰모토 슌스케 등은 그 무게 때문인가, 다들 20~30대에 요절했다.

아이미쓰, <눈이 있는 풍경>, 1938년, 캔버스에 유채, 102.0×193.5㎝,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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