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준·김명인 외 22명 지음 l 한겨레출판사 l 1만8000원 1921년 태어나 1968년 요절했으나, 그의 거침없는 ‘무수한 반동’은 여전히 살아있다. 그러니 시인 김수영이 100살을 넘어 아직 이 시대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고 해도 좋겠다. 시들지 않고 살아있는 김수영과 그의 시를 다시 살펴 기리는 대기획 ‘거대한 100년, 김수영’이 지난해 무려 반년 동안 스물여섯 차례에 걸쳐 <한겨레>에서 진행된 까닭이기도 하다. 전문 연구자인 24명의 시인과 문학평론가가 필자로 참여해 스물여섯 가지 ‘열쇠 말’을 바탕으로 김수영을 다시 읊고 살피고 사유했다. 그 결과물이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는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책 제목은 ‘거대한 뿌리’의 한 구절이다. 그의 시 세계가 그러하거니와 이 시와 이 구절이 대표적으로 그의 광활한 사유의 폭을 보여준다. 전통을, 평범한 민중을, 자유와 혁명을, 더 나아가 시인 자신을 향한 당대의 매서운 비판까지… 그 ‘모든 무수한 반동’마저 좋다고 긍정하는 그의 크고 깊고 드넓은 세계를 잘 표현하는 구절이다. 어느덧 100살을 넘어선 그의 문학적 생은 이 사회와 문학과 세계에 ‘거대한 뿌리’로 자리잡았다. 그의 명과 암이 모두 이 책에 담겼다. 이를테면 “지금 세대가 불편함을 느끼고 여성혐오라고 말하며 비판하는 관점”을 누락하지 않는다. “김수영 개인의 한계만이 아니라 시대의 한계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혐의를 부정하고 김수영을 무조건 옹호할 수는 없다.” 다만 오늘날 그의 한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김수영이라는 거울을 통해서 오늘의 우리를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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