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이윤형·김태훈 지음 l 한빛비즈 l 1만7500원
괴롭히는 상사의 저주인형에게 보복하면 정의를 회복할 수 있는가. 소변을 오랫동안 참으면 인지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인간이 가장 거짓말을 잘하는 나잇대는 언제일까. 미국 하버드대에서 발간하는 유머 과학잡지 <기발한 연구연감>은 매년 이처럼 엉뚱하고도 참신한 주제로 연구를 수행한 이들을 골라 ‘이그노벨상’의 영예를 안겼다. ‘불명예스러운’(Ignoble)과 ‘노벨상’(Nobel)을 결합한 이그노벨상은 물리학·화학·의학·문학·평화·경제학·생물학 분야를 기본으로 하되 때에 따라 ‘고고학’, ‘환상의 기술’ 등 새로운 분야를 추가해 왔다. 유튜브 ‘사피엔스 스튜디오’에서 방영한 내용을 정리한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는 심리학자 세 명이 이그노벨상 수상작들을 소개하면서 이와 관련한 인간의 심리 구조를 알기 쉽게 소개하는 책이다. 가령 ‘저주인형에게 복수하면 업무효율이 높아진다’는 가설을 실험으로 입증한 2018년 수상작을 예로 들어보자. 저자들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장렬한 복수가 아니라 ‘사소한 복수’가 울분을 푸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소변을 참으면 딴 일을 못 하는가, 아니면 집중력이 높아지는가. 전자가 상식적이지만 2011년 이그노벨상 수상작 중 하나는 후자를 지지한다. 기본적인 신체적 욕구를 억제하면 정신적 반응까지 통제해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엔 청소년들이 거짓말을 가장 잘한다고 결론 낸 논문이 상을 탔다. 하지만 이유는 확실치 않다. “너, 공부했어?”처럼 추궁받을 만한 상황이 많아져서일 수 있다. 또는, 거짓말 한 사실조차 부인하는 어른들과 달리 솔직해서일 수도 있겠고.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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